통행료 8백원에 양심 파는 얌체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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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 8백원에 양심을 저버린 얌체 운전자-'.

경기도가 의왕~과천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료(8백원.승용차 기준)를 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는 얌체족이 해마다 늘어나는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도 건설본부에 따르면 고속도로 개통 다음해인 1993년 한해 동안 통행료 뺑소니는 3백82건에 불과했다. 이것이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6천1백41건이나 됐고 올해는 10월말 현재 6천3백51건에 이르렀다.

얌체들의 유형은 각양각색이다. 톨게이트 여직원에게 웃으며 "옷을 갈아입느라 지갑을 두고 왔는데 다음에 2배로 내겠다"는 읍소형, 지갑 겉만 보여주며 "1백만원짜리 수표밖에 없는데 바꿀 수 있느냐"는 허풍형, "신용카드도 되느냐"는 엉뚱형, 창문만 조금 여는 척하다 쏜살같이 달아는 무대포형 등 다양하다.

고속도로 운영 주체인 경기도는 1997년부터 차량의 소유자를 확인, 통행료의 5배인 4천원의 과태료 고지서를 발부하고 있다. 그러나 과태료 납부 차량은 매년 60% 안팎에 불과하다. 올해 역시 대상 차량의 71%에 해당하는 4천5백12대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받았다.

얌체 차량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이 솜방망이이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눈으로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소유자를 추적, 서면이나 전화로 5배의 통행료를 납부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차량 소유자가 "통행한 적이 없다. 통행료를 냈다"고 우기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 도는 증거 확보를 위해 뺑소니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톨게이트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9년께면 무료도로로 전환되는데 3억원 짜리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에 따라 결국 포기했다.

김성규(49)경기도 도로관리팀장은 "통행료 미납 차량에 대해 지방세법에 의해 가압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금액이 4천원 정도에 불과해 제대로 집행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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