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춤은 삶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춤을 가르친다고 '제비'로 몰려 경찰서에도 여러번 끌려갔죠. 요즘의 '춤바람'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한국 댄스스포츠의 산증인 안무중(74) 대한댄스스포츠협회 부회장. 1954년 '전(全)일본 학생 무도(舞蹈) 선수권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뒤 4년간 일본에서 볼룸댄스(댄스스포츠의 옛이름)를 익힌 그였다.

한국에 볼룸댄스를 보급하고 프로 선수를 키우겠다는 꿈은 귀국하자마자 산산이 부서졌다. 댄스 교습은 법으로 금지된 일이었던 것이다. 낮 시간, 영업이 끝난 카바레에서 유흥업소 종사자.무직자를 상대로 '몰래 강습'을 해야하는 서럽고 힘든 세월이 수십년 이어졌다. 지금의 '댄싱 코리아'는 안무중씨에게 신천지와 같다. 춤이 서투른 '몸치'가 음치보다도 놀림받는 세상이다. 바.헬스 클럽, 대낮 길거리는 물론 공공 교육기관에도 춤바람이 몰아친다.

'예순두살 소녀'가 남편의 팔에 기대 빙글빙글 원을 그리고, 정숙한 여인이 벨리 댄스(배꼽춤)를 추는 이국의 무희로 변신한다. 거리에서 춤을 추다가 어른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소년들이 '힙합 국가대표'로 자랑스럽게 나선다. 음지에서 벗어나 뜨겁게 휘몰아치는 춤바람이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행복하게 달군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스텝을 밟는 순간 세상이 다른 빛깔로 물들어간다.

나홀로, 둘이서, 친구들과 함께. 팔을 뻗으며, 발을 구르며 스트레스로 쌓인 일상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이들. 당신의 심장도 쿵쿵대고 발이 들썩거린다. '대한민국 춤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온다. 음악과 리듬에 삶을 싣고, 함께 춤추실까요?

글=구희령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