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기동 이어 혜화동서도…노인상대 연쇄 살인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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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고급 주택가에서 70대 할아버지와 가정부 등 2명이 살해된 뒤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삼성동과 종로구 구기동에서 발생한 노인을 상대로 한 흉기 살인 강도와 수법이 비슷해 경찰은 동일범의 연쇄 범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오후 3시11분쯤 서울 종로구 혜화동 2층짜리 단독 주택에서 불이 나 9분 만에 꺼졌으나 1층 金모(87)씨의 방에서 金씨와 가정부 白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옆방에서는 생후 2개월된 金씨의 증손자가 자고 있었지만 다행히 이불에 덮여 있어 무사했다.

숨진 金씨는 머리를 둔기로 맞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가정부 白씨는 시체가 일부 불에 탄 상태에서 침대 아래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시체와 함께 안방에서는 金씨와 白씨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2층의 소형 금고에서는 곡괭이로 긁힌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범인이 金씨 등을 1층 안방에서 살해한 뒤 바로 옆 金씨의 방으로 옮기고 범행 은폐를 위해 신문지.이불 등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집에는 숨진 金씨와 아들 내외가 살고 있었으며, 기적적으로 살아난 증손자는 인근에 사는 손자 며느리가 맡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지난 9월 24일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모여대 명예교수 李모(73)씨 부부, 지난달 9일 서울 구기동에서 姜모씨 등 일가족 3명, 지난달 16일 서울 삼성동에서 유모씨가 각각 머리에 둔기를 맞고 숨졌다.

경찰은 범행 대상이 모두 단독주택이고 노인을 상대로 한데다 둔기로 머리를 내려치는 등 수법이 같아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공조수사에 나섰다.

윤창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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