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도 기업도 샅샅이 뒤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출국금지된 사람들은 그 근거에 상응하는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검사들이 정치권 수사를 열심히 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한직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는데 그건 곤란하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18일 오전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일산의 사법연수원에서 33기 연수생들을 상대로 강연하는 자리에서였다. 대기업 총수(LG 구본무 회장)를 포함해 기업 간부들을 대거 출국금지한 게 과잉이 아니냐는 얘기에 대해 '이유 없는 출금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의혹을 파헤치는 검사들에 대한 보호막도 함께 쳤다.

검찰의 강경한 수사방침은 이날 대검 중수부가 LG홈쇼핑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가시화됐다. 수사관 8명이 사장실.부사장실과 생활가정.방송지원.전략기획.해외사업 부문 임원들의 사무실을 뒤진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수색은 1999년 LG정보통신이 갖고 있던 LG홈쇼핑 주식 1백1만6천주를 주당 구본무 그룹회장 측에 매각한 것이 부당 내부거래였는지 등을 캐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당시 코스닥 공모가격이 주당 5만5천원이었으므로 LG홈쇼핑이 대략 5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검찰은 회계법인을 통하거나 직접 제출 방식으로 삼성.LG.금호.현대차.현대캐피탈 등의 회계자료들을 제출받아 분석해왔다. 이날 압수수색은 기업들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강제수사의 시작인 셈이다.

금호그룹 오남수 사장도 17일 불러 밤샘 조사를 했다. 수사 전선(戰線)이 '5대 그룹'이외의 기업들로까지 확대돼 있다.

宋총장의 말대로라면 출금 기업인의 숫자(20명 이상)만큼이나 검찰이 포착한 재계의 비자금 조성과 불법 대선자금 혐의가 많다는 뜻이 된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에도 강경 일변도다. 스스로 '盧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밝힌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집과 사무실 다섯 곳을 이날 압수수색했다.

"姜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17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국회 발언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장관이)지시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출금 유지 방침을 밝혔다.

19일 소환되는 김성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나 盧대통령의 운전기사였던 선봉술(전 장수천 대표)씨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金씨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이미 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서류 등을 확보했다. 宣씨에게는 崔씨.姜씨로부터 받은 2억3천만원과 9억5천만원의 정체가 규명 대상이다.

이런 기세는 대선 당시 여야 후보 측에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민주당(노무현 후보 측)의 '무정액 영수증', 한나라당 다수 의원의 대(對)기업 불법 모금 등이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강주안.전진배 기자<jooa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