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초등생 승객 윽박지른 버스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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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중학생이다. 내가 사는 곳이 작은 도시다 보니 지하철이 없어 버스 외에는 마땅하게 이용할 대중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버스를 탈 때 기사가 친철하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얼마 전의 버스기사는 기본적인 친절교육조차 받았는지 의심스러웠다. 동생과 시내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내 앞에서 버스에 오르던 여학생이 동전으로 요금을 내다 그만 동전을 놓치고 말았다.

초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학생이었는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버스기사는 그 여학생에게 "똑바로 못 넣느냐, ××야"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가. 여학생은 놀라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동전을 떨어뜨린 아주 사소한 실수를 했을 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말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됐다. 마침 버스 앞 부분에는 '저는 승객을 가족처럼 모시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박지윤.춘천시 석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