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수출입은행 '돈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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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수은)이 외환은행 지분 매각대금 1천6백67억원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수은이 외환은행 지분(32.5%) 중 일부를 판 대금이 지난달 31일 입금되자 한은이 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한은은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7천억원과 2천억원을 수은에 지원했고, 수은이 이 돈 중 8천1백억원을 외환은행에 출자했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수은의 2대 주주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은행 지분 매각으로 수은이 받은 돈은 원래 한은 돈이므로 돌려받는 게 순리에 맞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수은이 남은 외환은행 지분(14%)을 추가로 매각할 경우 이 대금도 모두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은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은은 수출금융 확대를 명분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한은이 이제 와서 자금을 회수하면 수출금융이 극도로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수은은 한은이 돈을 회수해 가면 자본금 부족으로 감자(減資)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납입 자본금이 크게 줄어 수출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수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수출금융 확대를 돕기는커녕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대주주로서 한은 출신 임원 파견 등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수은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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