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고-학생수 줄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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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올해로 설립 17년째를 맞는 방송통신고교 운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근래 들어 입학생의 절반 가량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임학지원자 자체도 해마다 크게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는 교육과정·교육여건 등에 문체가 많기 때문이란 분석에 서다. 재학생의 대부분이 취업자로 상업·공업 등 실생활과 관련된 실업계 교육을 원하고 있는데도 인문계만이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내용도 일반계 고교수준의 대학진학위주로 어렵게 돼 있어 중도 탈락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시간대의 불편, 직장의 비협조 등도 중도 탈락과 지원자 감소를 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방송통신고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알아본다.
◇현황=방송통신고교는 현재전국 50개 부실학교에 재학생이 3만5천3백59명이다.
74년 설립당시 10개교 5천7백94명에 비해 양적으로 5∼6배가 팽창했다.
그러나 근래 학업의 중도포기가 크게 늘어 90년의 경우 졸업률이 52·7%로 입학생 2만5백87명 중 절반 가까운 9천77백41명이 도중하차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상은 88년의 졸업률 60·2%, 89년 58·1%에서 보듯 해가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입학생수도 87년 2만5백87명에서 88년에는 10%가 준 1만8천5백54명으로, 89년에는 9·7%가 준 1만6천7백48명으로 감소한데 이어 90년에는 20·8%가 줄어든 1만3천2백71명만이 지원했다.
87년에 비해 3년만에 무려 35·5%가 줄어든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방송통신고교를 졸업한 학생은 모두 11만2천8백17명으로 이중 1만3천2백90명이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했으며 4년제 대학에는 1천7백53명, 전문대에는 7천1백70명이 각각 진학, 20%의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재학생의 연령은 ▲20세 이하가 49·4%로 가장 많고 ▲30세 이하 33·9% ▲40세 이하 9·6% ▲41세 이상 1·2%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직업은 회사원이 가장 많아 1만1천3백46명(32%)이며 ▲공원 24% ▲상업 5% ▲공무원 2·8% 등이다.
◇문제점=서울용산고부설 방송통신고 2학년 김경자씨 (20·여)는 『부기 등 상업계과목을 배워 경리사원으로 취직하고 싶은데 인문계과정으로 돼있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부기학원을 따로 다니고 있어 2중 부담』이라고 했다.
서울 B주유소에 근무하는 김모씨(22)는 방통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5월 『행락 철이니 일요일에도 근무하라』는 주인의 지시를 어기지 못해 출석수업을 포기, 중도 탈락하고 말았다.
업주가 학생들의 학업에 비협조적이면 좌절할 수 밖에 없는게 학생들의 현실이지만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강요할 수 없다는데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두 김씨의 사례는 대부분 방통고 재학생들이 느끼는 아쉬움과 어려움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최윤도 교육연구사 팀이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방송통신고교· 재학생의 희망계열은 ▲인문계가 36·7% ▲상업계 31·4% ▲공업계 16·4% 등으로 전체의 63·3%가 실업계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학생들의 입학동기가 대부분 계속 교육을 받고 싶거나 폭넓은 지식· 교양을 쌓기 위한 것으로 『대학진학을 위해 입학했다』는 학생은 불과 19·1%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방송통신고교는 모두 인문계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준용한 보통과만 설치돼 대학진학 위주의 「불필요」하고 「어려운」 강의로 이뤄지고 있어 중도탈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의의 대부분인 방송강의의 경우 시간수가 크게 부족하고 청취율이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설문결과 학생들의 30·3%가 전혀 방송강의를 듣지 않으며 매일 강의를 듣는 학생은 21· 8%에 불과했다.
이는 방송강의를 한번 놓치게 되면 다음번 강의를 따라가기 힘든데도 방통고 교과서가 녹음테이프 등 음향매체 도움없이 인쇄물로만 돼있기 때문이다.
수학연한이 일반고교와 같이 3년으로 돼있는 것도 중도탈락의 요인이 되고있다.
단국대 남정걸 교수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수업성취도가 낮고 과중한 수업부담을 안고 있으므로 수업연한을 1∼2년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고교에서는 총3천여시간을 수업하고 있는데 비해 방송통신고는 1천60여시간 밖에 안되는데도 교육과정은 일반계고교와 동일해 이를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전담교사가 없이 일반교사가 겸직, 과중한 근무부담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평소에도 주당 23∼25시간의 강의와 갖가지 업무에 시달리면서 일요일 출석수업을 제대로 소화해내기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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