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신년 연설 … YS·DJ 때 경제장관들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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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와 김영삼 정부의 경제 수장들이 노무현 대통령 신년 특별연설에 대해 비난과 반박을 쏟아냈다. 말로 반박하려면 몇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글로써 견해를 밝히겠다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는 "노 코멘트"라며 아예 반박할 가치가 없다고 입을 닫았다. 대부분 노 대통령의 일방적인 폄훼 발언에 마음이 편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YS.DJ 정권 부총리들의 반격=임창열 전 경제부총리는 "현재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데 어떻게 다른 정부 탓만 하고 이번 정부는 잘하고 있다고 강변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문민정부 말기 57만 명이던 실업자가 80만명으로 늘고, 문민정부 때 7.1%였던 경제성장률이 지금은 4% 안팎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수치를 들어 반박했다. 임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때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수습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도 지금 덕을 보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면 다음 대통령도 노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식 전 부총리는 "모든 정책에는 공과가 있다"며 "경제정책은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집값을 잡는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집을 넓혀갈 사람은 넓혀가도록 시장에 맡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실패했다"고 공박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금리 정책 외에 세제를 동원하거나 특별한 규제를 동원하지는 않는다"고 소개했다.

김인호 전 경제수석은 "전임 정부를 탓하자면 5000년 전 단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현 정부 집권기간 4년만 토막을 잘라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초기 금융감독정책 수장이었던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도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동원한 경제 정책에는 양지와 음지가 있게 마련이고, 어느 정도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역대 부총리들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했다. 어느 시대 누가 경제 정책을 담당하든 전 시대의 부작용은 감내하면서 치유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지, 지난 정부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대 경제 수장들의 충고와 조언=현 정부가 남은 1년만이라도 잘해달라는 경우가 많았다. 강 전 부총리는 "노 대통령의 발언처럼 세계화로 인해 세계 어디서나 극명하게 양극화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빈부격차 해소는 분배가 아니라 경제성장에 더 역점을 두고 풀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현 정부가 정치논리에 따라 추진 중인 분배 정책으론 빈부격차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경제성장의 과실로 일자리가 생기고, 결국 빈부격차의 근본적 해결책은 취업"이라고 강조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남은 1년에 대해 다섯 가지 조언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제원리대로 국정을 운영하고 ▶과다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연착륙시켜야 하며 ▶가장 돈 안 드는 투자 진작책인 규제 혁파에 주력하고 ▶공무원연금 등 공공 부문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대통령 연설에) 할 말은 많지만 코멘트 정도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며 "기회가 되면 글로 써서 내 생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동호.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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