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시어 무대서 재현|불 천재시인 랭보 100주기 시 낭송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프랑스 천재시인 아르튀르 랭보(l854∼1891)의 1백 주기를 맞아 국내에서도 그에 대한 추모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계간 『시와 시학』여름호는 랭보 1백 주기 특집을 꾸며 랭보의 생애와 시세계, 그리고 대표시를 실었는가 하면 주한 프랑스 문화원은 프랑스 인기배우 자크 보나페(33)를 초청, 18, 19일 오후3시 동방플라자 국제회의실에서 랭보 시 낭송회를 가졌다.
탁자 하나와 의자 3개로만 꾸며진 무대에서 1시간 가량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꾸며진 이 낭송회에서 보나페는 랭보 삶의 에피소드 등을 곁들이며 시 20편 가량을 낭송했다. 때로는 랭보가 되고 때로는 랭보 시의 해설자가 되면서 낭송하는 보나페의 몸짓과 목소리에서 시가 창조되는 순간의 시인의 영혼과 시의 리듬 등이 그대로 재현돼 피어올랐다. 특히 『아(A)는 까만색, 에(E)는 흰색, 이(I)는 빨간색, 우(U)는 초록색, 오(O)는 파란색 : 모음들이여, /나는 언젠가 그대들의 은밀한 탄생을 말하리』로 시작되는 『모음들』을 낭독할 때는 소리와 빛의 교류를 시도, 우주의 비밀을 바라보려는 견자의 시학으로서의 랭보 시 세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20여편의 영화와 10여편의 연극에 출연, 프랑스의 오스카상로 불리는 세자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보나페는 『나로서는 도저히 감지하고 흉내낼 수 없는 신비한 면이 랭보 시에는 들어 있어 랭보를 좋아하게 됐다』며 랭보 1백 주기를 맞아 이 모노드라마를 꾸며 한국·일본·중국 등지의 순회공연에 나섰다고 밝힌다.
15세에서 l9세에 이르기까지 4년 남짓의 짤막한 시작생활에도 불구, 『취한 배』『모음들』『감각 』등의 우수한 시를 남겨 보들레르·베르렌느 등과 더불어 프랑스 상징시를 대표하는 랭보는 또 베르렌느와의 동거,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로 놀릴 정도의 방황과 반항의 신비한 삶을 산 시인. 이러한 그의 천재적 시와 신비한 삶 때문에 랭보는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은 보기 드문 시인이 됐다.
이 행사 이외에도 숭실대 랭보연구회(회장 이준오 교수)는 10월중 랭보의 시 『지옥의 한철』을 연극화, 무대에 올릴 예정이며 랭보의 사진 및 자필원고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