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외교 인력·예산 턱없이 부족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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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는 먼 장래를 내다보면서 외교 어젠다를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상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영사 문제가 발생하면서 언론에선 외교관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잘난 엘리트며 사건만 나면 인원.예산이 부족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 실무자로서 국가 어젠다를 실현하거나 세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외교적 지원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라 느끼고 있다. 복잡다기해지는 북핵.테러.통상 문제는 차치하고 영사 문제에만 한정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재외동포 수가 1999년 564만 명에서 2005년 670만 명으로, 해외여행객이 308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른 사건사고도 434건에서 무려 16배 이상 증가한 6897건으로 불어났다. 비자 신청도 폭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교관 수는 91년의 1904명에서 지난해엔 1945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고, 70% 이상의 공관이 4~5명의 외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37개 공관과 본부 전체의 1년간 실외교 사업비가 98년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직후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선양 총영사관의 직원들은 폭주하는 업무 환경에서 밤낮없이 근무하고 있다. 이라크.나이지리아의 외교관들은 전쟁터와 열사의 나라에서 국민 보호와 국익 확보를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세계 각지를 누비고 있고, 이에 더해 많은 젊은 IT 인력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사건사고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외교관들은 사건사고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게 된다. 인력.예산을 보완하는 것이 국민적인 공분을 틈 타 슬그머니 예산과 자리를 늘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교부가 당면한 인력.예산상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알려 국민 안전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조윤수 외교통상부 기획관리실 기획심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