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암(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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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도 없을 것이다.
집에선 부모와 자식 사이에 『공부하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긴장이 풀릴 날이 없다. 직장에 가도 옛날같지 않다. 노사문제만이 아니다. 하는일이 복잡한 것은 물론이고,경쟁 또한 극심해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바깥세상은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너절한 정치와 답답한 경제상황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만 한다. 길거리에서 데모라도 있는 날이면 불쾌한 감정이 치솟는다.
근착 한 외국잡지는 바로 그런 심리상태와 생활환경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미국 의학자의 글을 싣고 있었다.
폴 J 로쉬(Paul J Rosch) 교수는 현재 미국 스트레스연구소 소장이다. 40여년동안 그는 존스 홉킨스의대와 월트리드 등 미국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병원에서 대사내분비과 부장을 역임하며 주로 스트레스만 연구해온 학자다.
그의 글속엔 쥐에 관한 실험결과가 소개되어 있었다.
실험실에서 쥐들에 소음과 소란을 겪게 했더니 생후 8∼18개월 이내에 이들 쥐의 60%가 발암증상을 보여주었다.
파리와 런던,두 도시에서 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비율을 비교해본 논문도 있었다. 좀 오래된 자료지만 19세기중엽 파리의 암 사망자가 런던보다 네배나 많았다. 그 논문을 발표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의 학자는 그 무렵 프랑스가 영국보다 네배나 더 문명화한 증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프리카의 가봉과 북극 에스키모인들의 경우를 보아도 그와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원주민들만 살던 때와 백인들과 접촉하고 나서의 상황은 판이했다. 문명에 가까워질수록 암환자가 증가한다는 통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보스턴시의 빈민지대에 사는 남자들 가운데 암환자가 많은 것도 주목할 일이다. 이혼,별거 등 문제가정을 갖고 있는 남자들이었다.
고독과 정서불안,만성적 잠행성 스트레스,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인들 가운데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암으로 죽은 것도 예사로 볼일이 아니다.
로쉬 교수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우선 확고한 신념에 찬 생활,자제력,업적 쌓기,가족과 친구들의 강한 사회적 유대와 협조 등에서 찾았다.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곧 암에도 강한 삶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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