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도 동판 대장경 보내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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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팔만대장경은 세계인이 간직해야 할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불교 만의 자랑이 아닌 거죠. 그래서 앞으로 조성할 동판(銅版) 팔만대장경도 초종교.초종단 사업으로 펼칠 생각입니다."

해인사 주지 세민(世敏.60.사진) 스님의 말이다. 오는 17일 고불식(告佛式.부처님에게 고하는 의식)을 계기로 본격 시작되는 팔만대장경 동판 복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각계 종교 지도자를 찾아다닐 겁니다. 이미 강원용 목사께선 동판 하나를 보시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발품을 열심히 팔아 사업을 꼭 성공적으로 완수해야죠."

동판 대장경은 2백억원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다. 동판 제작에 1백50억원, 경전을 모실 법당 건립에 50억원이 소요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판 대장경을 동판으로 똑같이 재현,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각종 이해로 분열된 한국 사회를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세민 스님은 넉넉 잡아 3년을 생각하고 있다.

"목재의 수명은 1천년입니다. 목판 대장경은 현재 7백70년이 됐죠. 보존 문제를 심각히 고려할 시기가 온 겁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화재도 대비해야 하고요. 해인사에 가장 알맞은 불사(佛事)를 고민하다가 동판 대장경 제작을 결정했습니다. 그간 나무.합성수지 등 여러 재료를 시험했으나 동판만큼 나은 게 없었어요. 이른바 인청동으로, 구리.주석.인을 합금한 것으로 1만~2만년은 거뜬합니다."

난제는 역시 재원이다. 스님은 불자를 포함한 국민모금 방식을 추진 중이다. 동판 하나에 50만원, 천도재를 포함하면 1백만원이다. 동판을 집에 간직하고 싶으면 추가 부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북한에도 동판 대장경을 보내고 싶습니다. 현재 묘향산 보현사에는 목판 인경본(印經本)이 한질 보존돼 있는데, 여기에 동판마저 보태지면 남북 화해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대장경 조성의 근본 뜻은 나라의 평화와 안녕이 아닙니까."

동판 대장경은 목판보다 1만여장 많은 9만여장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목판에 빠진 주요 경전과 역대 조사들의 어록이 추가된다.

글=박정호,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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