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땅밑 20㎞에 '지진의 눈'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그래픽 크게보기

한반도에서 지진 발생이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50건의 지진이 일어났으며,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 6건이나 됐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왜 지진 발생이 잦은지, 한반도 땅 밑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반도의 지진에 대해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은 실정이다. 이는 지질구조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진 폭풍이 덮치고 있다거나 한반도 지하에 '지진의 눈'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학설이 나오기도 한다. 지진 관측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에 옛날에 잡히지 않던 지진까지 감지돼 지진 발생 횟수가 늘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지진 폭풍 일어나나='지진 폭풍(earthquake storms)'이 한반도를 덮치는 것일까. 지난 10년 동안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일본과 중국에 지진이 나고 몇 년 뒤에는 한반도 내륙에 상당한 규모의 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매년 30~50건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또 2005년 3월 일본 후쿠오카 지진(리히터 규모 4.7)이 발생한 뒤 약 2년 만인 이번에 평창 지진이 일어났다.

이에 앞서 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이 있은 뒤 96년 말 규모 4.7의 영월 지진이, 76년 7월 중국 탕산 대지진 2년 뒤인 78년 홍성에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최근 세계 지진학계에 새로운 학설로 제기된 지진 폭풍이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지 않나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박사는 "이런 이웃 나라의 지진이 우리나라에 연이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진 폭풍은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이 붕괴하거나 일그러지는 현상이 멀리 떨어진 곳에 영향을 미쳐 특정한 시기에 그곳에도 지진이 파도처럼 전파되면서 일어나게 한다는 학설이다. 지진 폭풍 현상의 한 단면은 미국에서 볼 수 있었다. 92년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지역에 있는 랜더스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3시간 뒤 빅 베어시 인근 60㎞ 떨어진 곳에 또 지진이 생겼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이진한(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연하게도 고베.탕산.후쿠오카 지진 발생 뒤 1~4년 만에 내륙에 강한 지진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것으로 지진이 상호 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반도 지하에 '지진의 눈' 있나=독일 포츠담의 연방지구물리연구소 인공위성통제센터에서 일하는 한인 과학자 최승찬 박사는 2003년 한반도 지하 20㎞ 지점에 동서를 가르는 지각 충돌대가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최 박사는 또 한반도를 둘러싼 4개의 지각판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곳이 한반도라고 지적했다. 즉 유라시아판의 일부로서 새로 생성 중인 아무르판이 북동쪽의 오호츠크판에 의해 시계 방향으로 밀려오고, 남서쪽의 남중국판이 북동 방향으로, 그리고 남동쪽의 필리핀 및 태평양판이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아무르판 북서쪽이 인도양판에 의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네 방향의 힘이 한반도를 중앙에 두고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지각판 4개가 유지하고 있는 힘의 균형이 깨지면 언제든지 한반도에서도 강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진 연구를 위한 단층 조사 거의 안 해=평창 지진은 평창에서 월정사 쪽으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월정사단층'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이진한 교수는 보고 있다. 이 단층은 아직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활성단층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주변 단층 연구는 비교적 잘 돼 있으나 다른 지역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태백~삼척으로 이어지는 오십천 단층의 경우도 터널공사를 하면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층 연구는 일제시대 또는 60년대에 만들었던 자료가 대부분으로 이후에는 대규모 연구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모든 지진이 단층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지질구조 연구에 집중 투자해 지진에 대비해야 할 때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