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崔대표 개헌론 진의 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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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4일 당내에서 공론화 양상을 띠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을 진화하려고 애썼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개헌 문제로 더 이상 혼선이 빚어져선 안 된다"며 "제일 좋은 것은 내년 총선에서 이긴 뒤 개헌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1월께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정치개혁이 마무리될 것인 만큼 그때 가서 개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날도 역시 총선 전 개헌과 총선 후 개헌을 왔다갔다 했다.

당내에선 "헷갈린다"는 말들이 나왔다. 엄호성 의원은 "崔대표가 상황에 따라 자꾸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진의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崔대표와 만나 총선 전 개헌 문제를 논의한 서청원 전 대표도 "崔대표의 얘기가 다소 달라졌다"면서 "곤혹스럽다"고 했다.

남경필 의원은 "대표의 발언과 움직임을 보면 그가 총선 전 개헌과 총선 후 개헌이란 두 길을 다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헷갈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崔대표는 대선자금 수사 정국이란 현 상황이 정리되면 총선 전이라도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崔대표가 개헌론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데 대해 당에선 "주도권을 徐전대표 등에게 빼앗길까봐 그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12일 崔대표와의 회동에서 徐전대표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강력히 주장했으므로 특허권이 徐전대표에게 있는 것처럼 돼 버렸다"며 "崔대표가 그걸 반길 까닭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 "더욱이 徐전대표는 崔대표를 만나기 전 40여명의 의원과 접촉한 상태였으므로 개헌 문제가 공론화할 경우 徐전대표 측이 주도권을 잡아나갈 가능성을 崔대표는 의식했을 것"이란 말도 했다.

徐전대표는 14일 崔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하던 시점에 강재섭 의원과 만나 총선 전 개헌 추진 문제를 다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총선 전 개헌에 적극적이던 홍사덕 총무는 "대표가 개헌 문제에 그렇게 입장 표명을 한 이상 이제 개헌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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