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해고" 반발 외로운 출근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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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직도 한참은 더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전화 한통화로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으니 기가 막히더군요.』
최근 한국노총이 개최한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올해의 여성노동자」로 뽑힌 이인영씨(53·성남우림산업 노조위원장)는 회사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던 날의 기분을 수상소감으로 대신했다.
이씨는 회사측이 남녀고용평등법을 무시한 채 여성에게만 53세 정년을 적용, 지난2월말 자신을 해고한데 반발해 지금껏 출근투쟁을 벌이며 여성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앞장 서오고 있다.
이씨는 또 지난 4월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는가하면 얼마 전에는 아침마다 회사정문을 가로막고 출근을 저지한 김모 상무 등 7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만만찮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씨가 노동운동에 뛰어든 것은 79년 우림산업의 전신인 (주)해양섬유 노동조합의 조직부장이 되면서부터였다(85년부터는 노조위원장을 맡아왔다).
『「여자가 곱게 늙을 일이지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서글펐어요.』
이씨는 종업원 75명 대부분이 여성인 이 회사에서 『정작 여자만 부당하게 대우받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스웨터를 만들어 전량 수출하는 업체인 이 회사 종업원의 한달 평균 임금은 20만원 안팎. 16년 된 이씨의 봉급도 33만8천원에 불과하다.
『돈도 돈이지만 작업환경이 더 문제예요.』
이씨는 소음과 먼지 속에서 허리 한번 제대로 펼 겨를 없이 일감에 시달려야 하는 종업원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남편의 사업이 실패한 뒤 그나마 없는 살림을 축내고만 있을 수 없어 어린 두 딸을 둔 38세 주부의 몸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씨는 이제 두 딸을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 황영길씨(58·빌딩경비원)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올해의 여성노동자」로 뽑힌데 대해 이씨는 『여성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더 열심히 싸우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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