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2∼5개 핵탄 보유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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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의 핵연료재처리 시설이 완공단계에 있다는 미국측의 정보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 것으로 핵사찰 문제와 함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재처리와 그 기술현황을 서울대 이은철 교수(원자핵공학과)로부터 들어본다.
재처리란 원자로에서 태우고 난 연료를 재사용하기 위해 처리하는 일종의 화학공정기술을 말한다.
우라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핵연료는 원전에서 1∼3년간 대문 후에는 새연료로 교체하게 된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235가 천연우라늄에는 0.7%정도 있으나 이것을 3∼3.5% 정도로 농축해 핵연료로 사용하게 되는데 사용 후 핵연료 속에는 우라늄 235가 1%, 플루토늄239가 0.4∼0.6%(중수로형 핵연료는 0.7∼0.8%) 정도 남아있게 된다.
천연우라늄보다 농축도가 더 높기 때문에 이들을 다시 회수해 핵연료로 재사용 함으로써 우라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재처리의 원래 개념이다.
이전 재처리 시설은 영국·프랑스·독일·소련·이탈리아·안도 등이 가동 중에 있으며 미국은 77년 카터의 핵비확산정책 이후 상용재처리는 중단하고 있다.
일본은 77년에 가동된 연2백10t 처리 규모의 동해재처리공장에 이어 95년 완공목표로 8백t규모의 재처리공장을 건설 중에 있으며 중국은 고비단에 시험시설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처리는 석유화학공업 또는 비료공업수준정도만 있으면 가능한 그렇게 어렵지 않은 기술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발전소의 냉각물에 저장됐다 캐스크라는 특수운반용기로 재처리공장으로 운반되면 저장 풀에 넣어 방사능을 충분히 감쇄시킨다. 그후 잘게 잘라 강한 산이 들어있는 용해조에 넣어 피복관등을 제거하고 연료부분만 화학적으로 용해한다.
인산트리부틸(TBP)이라는 용매를 이용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 추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재처리공정은 핫셀이라는 방사선차폐시설 내에서 원격조종에 의해 수행해야하므로 엄청난 시설비가 소요됨은 물론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제된 우라늄은 핵분열성 동의원소가 크게 감소해 핵폭발에는 직접 사용할 수 없지만 고순도의 플루토늄은 핵 폭탄제조에 직접 사용될 수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핵물질의 이동은 물론 관련 기술이나 시설·부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등의 엄격한 사찰을 받도록 돼있다.
북한에는 프랑스가 핵무기개발용으로 만든 30N4W급 G-1형 원자로와 건설중인 50∼2백MW급 G-2형이 사용 후 핵연료를 공급할 위험시설로 꼽히고 있으며 이를 재처리한다면 연간 2∼5개의 핵탄 보유가 가능할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핵 물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붕괴해 핵탄으로서의 위력이 감소하며 핵 실험장을 비롯해 시설유지와 보관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사리 개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는 각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의 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는데 만약 재처리 과정을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한다면 8기의 경수로에서 약 15㎏, 1기의 중수로에서 5㎏ 등 연간 20㎏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하기로 천명하고 있으나 IAEA나 미국의 통제가 너무나 심해 엉뚱한 오해를 받을까봐 비슷한 연구도 못하고있는 형편이다.<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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