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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탈출한 국군포로 가족도 보호 못해 주는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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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는 지금까지 구구하게 변명해 왔다. 벌써 10년째다. 화해협력 정책기조 아래 북한을 자극할 수 없고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염두에 두면 탈북자를 공공연히 데려오기 어렵다고. 수년 전 베이징 독일국제학교에 대거 진입한 탈북자들을 데려올 때 일이다. 공개만 안 된다면 탈북자 국내 송환에 중국 정부가 협조키로 했다고 외교부가 기자들에게 설명했었다. 그런데 공개되지 않은 탈북자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송환됐다. 당시 외교부 발표대로라면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와의 합의를 깨버렸다.

탈북자 정책을 바꿔야 할 때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수가 1만 명을 넘을 예정이다. 탈북자 관련 예산은 200억원 남짓이란다. 올해 통일부 예산은 1조원이 넘게 잡혀 있다. 그중 10분의 1만 들이면 데려올 수 있는 탈북자 수가 지금의 10배는 되지 않을까. 차라리 북한에 한 명당 얼마씩 줄 테니 우리에게 넘겨주라고 흥정하는 게 낫지 않겠나.

화해협력 정책 10년이 다 되도록 정부는 탈북자,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국민들에 대해 그토록 무심할 수 있을까. 그러고도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할 수 있나.

남북 정상회담설이 무성하다. 정상회담을 한다면 다른 문제 말고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론하면서 정작 탈북자를 냉대하는 정책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중국 내 탈북자들의 참상을 생각하면 북한에 대한 비료.식량 지원보다 인도주의적으로 훨씬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 대통령이 분명히 말해야 한다. 통일부 장관, 외교부 장관한테 탈북자 문제에 제발 관심 좀 가지라고 지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