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맛탕? 마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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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렇듯 표기가 두 형태로 엇갈려 쓰이는 것은 이 말의 어원이 불분명한 데서 기인한다. 곧, '맛+탕'인지 '마+탕'인지 확실치 않다. 어원이 전자의 경우라면 '맛'은 단맛.쓴맛의 맛일 터인데, 후자의 경우라면 '마'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고구마'의 '마'가 아닐까 추측해 보기도 하지만 이는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하나는 단일 형태소인 '고구마'에서 '마'만을 분리해 낼 수 없다는 점이고(물론 속어.은어에서는 이런 식의 조어가 있긴 하다), 다른 하나는 이 요리가 고구마만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감자.당근.옥수수와 같은 다른 재료를 가지고도 만들어진다는 점이다(감자 맛탕/마탕, 당근 맛탕/마탕, 옥수수 맛탕/마탕도 있다).

그렇다면 '맛+탕'은 타당성이 있는가? 이 역시 명쾌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 의미를 해석하자면 '맛을 낸 탕' 또는 '맛있는 탕' 정도일 터인데, 왜 그것이 이 요리의 이름이어야 하는지 잘 와 닿지 않는다. 또한 '탕'이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설탕의 '탕(糖)'인지(액체가 설탕을 졸인 것이라는 점에서?), 곰탕.쌍화탕의 '탕(湯)'인지(액체를 고거나 달이듯이 졸였다는 점에서?) 알 수 없다. 이 요리명은 '맛+탕'이나 '마+탕'과 같은 합성어이기보다는, 어원을 알 수 없는 단일어 '마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상순(사전 편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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