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등 서초점(서울 서초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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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의 식성은 원래부터 육식보다 해산물이었다. 해물 중에서도 낙지를 좋아했다. 자라면서 술을 좋아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다 보니(그것도 파이프 담배를)혈압이 높아져 몇번 병원신세도 졌다. 그럴 때마다 의사들이 육식을 피하고 해산물을 많이 물라고 했다. 그래서 더욱 생선을 많이 들게 되었다. 그러니까 식사 때마다 고기종류를 가리게 되었다.
특히 작년에 입원하고 난 후부터 식물성 식사를 하게되었다. 하지만 나물만 먹으면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고 생선을 많이 들라고 했다. 때로는 육류도 조금씩 먹고 할 무렵 영동에 있는 해물식당 고래등(557-1199)을 자주가게 되었다. 참 입에 맞게 잘했다.
참으로 깔끔하고 맛이 있고 분위기가 좋았다. 값도 싸고 여럿이 회식도 되는 공간이 있고 주인도 교양이 있는 분같이 느껴졌다. 산지에서 직접 운송되어 수족관에 넣은 산낙지·왕새우·게·오징어 등 해물들은 냉동되지 않은 것이어서 더욱 신선하고 맛이 산뜻하다.
산낙지전골정식(1인 5천원), 해물전골(1인 9천원), 산낙지불고기백반(1인 5천5백원), 기타 오징어불고기백반(1인 3천5백원), 산낙지 등 양념이 특수하게 가미된 맛있는 음식물이 한잔 술을 생각하게 한다(나는 술을 마셔서는 안되는 사람이지만).
어느 음식이거나 재료가 같다해도 그것을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같다. 양념이 그렇고, 양념에 무엇을 쓰느냐에도 다르고, 그 양념의 배합에도 그렇고, 그것을 만지는 조리사의 솜씨에 많이 달려있는 것 같다. 연구와 경험에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된다.
이 집은 원래 곰일레븐이라는 샤부샤부 전문집이 해물식당으로 바뀌였으나 전부터 압구정동에 고래등(고래등 압구정점·(511)8111)이 있었으며 이 집 주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요리에 대해 큰 안목과 연구·경험이 있는 분같이 느껴지곤 하는 것이다.
한결같이 맛있고, 청결하고, 모양새 좋고, 식당 분위기가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고래동 서초점은 서초동 제일생명 본점 옆의 영흥 자동차학원에 인접한 삼방주유소 옆집이다. 앞의 음식값은 백반을 포함한 점심가격. 저녁은 음식의 양도 많아지고 값도 그만큼 비싸지만 내게는 먹을만하다.【조병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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