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또 그 할매들! 웃기긴 한데 또 보고 싶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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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2

감독:이상훈
출연:이문식.김지영.여운계.김을동.김형자.길해연.이규한
장르:코미디
등급:12세
20자 평:밉지는 않지만 환영하기도 힘든 할머니들의 귀환.

'마파도2'는 2년 전 '마파도'의 예상치 못한 흥행 성공에 힘입어 만들어진 속편이다. 할머니들만 사는 외딴 섬에 제법(!) 젊은 남자가 모처럼 흘러들어와 소동이 벌어진다는, 전작의 얼개를 다시 한번 재연한다. 이번에는 사연이 이렇다. 전직 형사 충수(이문식)는 거액의 착수금을 받고 재벌회장의 첫사랑 '꽃님이'를 찾아 동백섬으로 향한다. 폭풍우로 배가 난파되고, 충수는 자칭 작가지망생인 청년 기영(이규한)과 함께 외딴섬의 해안에서 깨어난다. 알고 보니 전편에서 충수가 생고생을 했던 바로 그 섬, 마파도다. 반가움도 잠시, 할머니들은 내기 화투판을 벌여 충수를 노예계약이나 다름없이 묶어 놓고 농사일을 시킨다. 그 와중에 드러난 사실은 마파도가 바로 동백섬이란 것. 충수는 본격적으로 할머니들의 과거 연애사를 캐기 시작한다.

'마파도2'의 가장 큰 장점은 밉지 않은 유머다. 배설물을 이용한 화장실 유머든 충수에 대한 막무가내 구박이든 그 주체가 무해한 할머니들이고, 그 상대역 역시 절대 위협적이지 않은 이문식이라는 점에서 관객의 부담이나 불쾌감이 덜하다. 전편의 김수미를 대신해 새로 출연하는 김지영을 비롯, 할머니 5인조와 이문식의 연기 호흡도 보기 좋다. 부차적인 양념도 꽤 많아졌다. 할머니들의 입담을 빌려 으스스한 공포물 분위기를 빌린 코미디를 선뵈는가 하면 막판에는 '꽃님이' 찾기를 훼방 놓는 검정 양복들의 액션까지 등장시킨다. 할머니들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친절한 금자씨' 같은 기성영화의 패러디도 시도한다.

아쉬운 것은, 정작 이 코미디의 가장 큰 특징인 할머니들의 캐릭터에서 이렇다 할 진전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고 왁자지껄하게 관객을 웃기는 개성파 할머니들의 현재 모습은 '여성'보다는 '무성'에 가깝다. 반면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저마다 분홍빛 사연의 새침한 여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이 같은 대비는 언뜻 할머니들의 여성성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인 듯하지만, 그 의도대로 효과를 거두기에는 과거든 현재든 인물 묘사가 지극히 평면적이다. 현재와 너무 다른 젊은 시절의 모습이 관객에게 한 번 더 웃음을 줄지는 몰라도, 관객에게 이 할머니들을 계속 만나고 싶게 할 만한 매력은 주지 못한다.

청춘스타가 아니라 '할머니'들을 집단주인공으로 대중적인 코미디를 만들어낸 것이 '마파도'의 신선한 미덕이었다면, 이 미덕을 답습하는 '마파도2'는 충무로의 중견여배우 활용법이 더 새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과제를 남긴다. 이와 관련해 이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본편이 끝난 뒤 엔딩크레디트와 함께 등장하는 주연여배우들의 젊은 시절 사진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족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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