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폭행/질서확립에 「총체적 대응」/정부 잇단 대책회의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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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신감갖고 공권력행사” 강공 다짐/역풍우려 초강경 인상 피하려 고심/여론업고 단계적 조치 적절한 배합에 주안점
정원식 총리서리에 대한 외국어대학생들의 집단폭행사건으로 정부가 강공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 사건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조직적·계획적·구조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보고 「총체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잇단 대책회의와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 등을 개최,「총체적 대응」을 위한 구체적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총리집단폭행사건이 재야 운동권의 입지는 물론 시·도의원 선거를 비롯한 앞으로의 정국방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 사건을 빌미로 정부가 그동안 주저해왔던 강경조치들을 한꺼번에 실행에 옮길 경우 국민여론의 향배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특히 정부내에서도 이번 사건으로 지나치게 흥분하니까 물실호기 체제전복세력에 대한 초강경 수단을 쓸 계제가 됐고 강공일변도로 나간다는 것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어 정부측의 보조조정이 주목된다.
○실효성에 최대신경
○…정총리서리 집단폭행사건이 일어난후 청와대·정부측은 연일 고위관계자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
청와대측은 이번 사건이 반체제세력에 의한 「구조적」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구체적인 대응방안 수립과 추진시기 등으로 고심.
노대통령이 사건직후인 3일 저녁 윤형섭 교육부장관등 관계자들에게 『철저한 조사와 일벌백계』 및 근본대책 수립을 강한 어조로 지시한데 이어 4일 또다시 『국기보호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학원풍토를 완전 쇄신하라』고 해 대책은 주로 반체제세력과 학원내 급진세력에 대한 것. 그러나 그동안 전민련이나 국민대책회의,전대협 등에 대한 강한 대응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사실때문에 효과적 대응책을 세우는데 주력.
정부측은 대체로 학원대책과 병행해 반체제세력에 대한 대공세를 구상하고 있으나 성급한 대책은 졸공이 되기쉽다고 보고 여론을 등에 업은 대책을 강구.
운동권·재야 등은 사건직후엔 여론을 고려해 움추러들었다가 정부의 강공기미를 보고 오히려 반격으로 나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측은 김귀정양 부검문제,김기설 유서대필과 관계된 국민대책회의에 대한 처리대책을 한꺼번에 처리해나갈 방침.
○결연한 행동합의
○…정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4일 오후 긴급소집된 국무위원 간담회는 초강경 분위기. 이번이 법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정부가 이를 위해 『주저없이 결연하게 행동으로 실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의소집 한시간전 소집통고가 된 이날 긴급국무위원회의는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각오와 결의표명.
○…이날 회의에서 이상연 내무장관은 「총체적 대응」을 강조.
이장관은 『운동권이 민주화로 미화되던 시기는 지났으며 이제 민주화를 부르짖던 실체를 국민들이 알게 됐다』며 『국민들이 이들의 실체에 확실한 인식을 가져줘야 정부의 공권력행사가 뒷받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이어 지금이야말로 정부·제도권정당·지식인·언론인·지도층 등이 각 분야에서 「총체적 대응을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공권력을 행사하다 때론 차질이 생기면 너무 위축되곤 했는데 앞으로는 총체적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다짐.
그는 또 공권력도 중요하지만 배후 체제전복·용공세력을 이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노력에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기춘 법무장관도 이번 학생들의 행동은 『패륜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라고 규정.
김장관은 이는 정부·지식인·사회지도층이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역설적으로 오늘의 상황은 예견됐던 것』이니만큼 모두가 깊은 반성을 하자고 촉구.
김장관은 『국민들은 공권력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비판하고 있지만 나서야할 때 주저하는 공권력도 준엄한 비판을 면치못한다』며 『지금부터 행동으로 준엄한 법집행을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표명.
○대증적인 대응자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구체적 해결방안을 금주내로 보여주자』(최창윤 공보처장관)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증적인 대응보다는 일관성있고 장기적인 대응책을 관계부처에서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최각규 부총리)는 입장이 강했다.
최부총리는 『국민의 신뢰라는 차원에서 지금이야말로 엄청난 책임감이 정부에 부여돼 있는 시점』이라고 전제,『관계부처별로 장·단기대책을 세워 확고히 대응하자』고 결론.
이에 따라 내무·법무·교육·문화부 등이 너무 서둘지 말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일관성있게 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대학 자율해결 모색
○…교육부는 이번 사건을 교권확립의 계기로 삼을 작정이며 차제에 대학내의 좌경급진단체들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을 강구할 계획. 윤형섭 교육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제,5일 전국 대학 총학장회의에서 자율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고.
이번 총학장단회의에서는 협의회소속 1백35개 대학중 수도권 소재 55개 대학 및 지방대 등 모두 69개 대학의 총학장이 참석해 전반적인 교육풍토 개선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협의하고 결의문도 채택한다.
이날 총학장회의에서는 학원의 정부로부터 자율을 보장받는 동시에 교권의 확립과 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출석 및 학점관리 등 책임있는 지도를 강조하기로 했다.<박병석·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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