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파업이 끝났다.
"예상했던 일이다. 현대차에는 노무관리라는 게 없다. 강압적으로 몰아붙이거나 아니면 뒷돈 주고 달래는 식이다. 문제가 생기면 노무관리팀부터 잘라 버려 경험 있는 사람도 없다. 해마다 파업이 벌어지지만 회사가 장기 대책 한번 세우지 않고 있다."
-'이번엔 원칙대로 하라'는 여론이 많았는데.
"현대차는 원칙이 없다. 전근대적 노사관계를 개선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안 고치면 망한다'는 자세로 달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는 안 그랬다. 아마 현대차 경영진은 여론의 성원에 오히려 당황했을 것이다. 대충 성과금 주고 끝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여론이 '원칙을 보이라'고 요구하니 오죽했겠나. 현대차가 눈앞의 이익만 따지고 장기적인 관점이 없는데 노사문화가 바뀌겠나."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질 텐데.
"현대는 어느 순간 닛산 자동차처럼 무너질 수 있다. 그 시점은 시장에서 심판하려 들 때다. 제품의 질도 문제지만 '저런 노사관계를 가진 기업에 제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나는 시점이 올 것이다. 현대차 자체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말이다."
17일 울산 현대차 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노조 측이 배포한 유인물.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생산량이 모두 목표치에 미달했지만 성과금 300%가 지급됐다는 내용이다. 성과금 50%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며 완강하게 버티는 듯하던 회사 측은 결국 관행대로 노조가 원하는 성과금을 ‘생산 목표 달성 격려금’으로 명목만 바꿔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울산=조문규 기자]
-국민경제가 타격을 입을 텐데.
"현대차 사태가 터질 때마다 울산 시민들은 지역경제를 걱정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가 외국자본에 넘어간다고 가정해 보자. 공장은 그대로 돌아간다. 일자리는 그대로거나 아니면 좀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시민들이) 지역경제 걱정을 하겠나. 그런 게 소비자 정서다. 대우차가 GM에 넘어간 뒤 어떻게 됐나. 오히려 해고자가 복직되고, 지역경제는 더 안정됐다."
-소비자와 시장의 심판으로 현대차의 노사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가.
"현대차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 현대차 사지 말자'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데 노사만 그걸 모른다. 시장에서의 심판만이 현대차의 노사관계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현대처럼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노사관계에선 반복적으로 분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글=김기찬 기자<wolsu@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