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고건 효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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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의장은 17일 "어렵고 힘들더라도 백의종군의 자세로 뚜벅뚜벅 대통합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캠프에선 여권 주자 중 고 전 총리 지지층을 가장 많이 흡수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겼다. 전병헌 의원은 "당내에 일부 고 전 총리에 대한 반감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고 전 총리에게 빼앗겼던 호남 지역의 대표성을 되찾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세를 확산시키면 큰 반전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21일 인터넷 팬클럽 출범식을 계기로 교육대혁명 제안 등 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며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김근태 의장 측도 '고건 하차'가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중도 이미지가 강했던 고 전 총리가 사라지고, 대선 구도가 보수(한나라당) 대 진보(범여권)세력 대결로 짜이면 김 의장이 진보세력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봉주 의원은 "이제는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세력을 염두에 두고 통합신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당의 진보적 색채가 강화되면 김 의장이 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고건 하차'가 이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한나라당에 맞설 여권 주자가 될 것이라는 데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들의 지지율 상승이 가파르지 않을 경우 사퇴 압력이 오히려 앞당겨질 수 있다. 실제 친노 중심 의원들 사이에선 "당의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 외부 수혈이 가능하다"며 두 사람에 대한 사퇴 요구 목소리가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외부 인사들에 대한 여권의 구애는 한층 더 강해질 것이 틀림없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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