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지문 활용해 쉽게 수학 통합형 문제는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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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6일 서울대를 끝으로 2007년 정시모집 논술고사가 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정시 논술은 전년이나 수시 모집에 비해 문제가 쉽고 학생들에게 익숙한 지문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평가다. 민족사관고의 백춘현 교사는 "올해는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하려는 대학의 노력이 돋보였다"며 "대학별 문제 유형은 예년과 비슷했으나 교과서 지문 등을 활용해 체감 난이도를 낮췄다"라고 분석했다.

6일 시험을 본 연세대.한양대.경희대 (본지 1월 8일자 3면 보도)의 출제 경향은 고려대.서강대 등 타 대학에도 이어졌다. 각 대학은 비교적 평이한 제시문을 주고 글쓰기 과정에서 학생의 논리력과 창의성을 변별하는 문제를 냈다. 수학.과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통합형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공교육논술자문단 교사들은 "대학이 학교 수업을 통해 익힌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인문.사회 분야를 넘나드는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했다"며 "요령만 익힌 천편일률적인 답으로는 좋을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려대='예술의 효용'에 관한 문제가 출제됐다. 문제 유형은 ▶제시문의 공통주제를 찾고▶연관성을 설명하고▶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것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대구 협성고의 유택환 교사는 "친숙하고 평범한 주제와 제시문이었다"며 "공통적인 주제에 대해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전개했느냐에 따라 점수 차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강대='웃음'의 문화적 기능을 묻고 우리 전통문화에 이를 적용시키는 문제가 출제됐다.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택하는 서강대의 기존 경향이 유지된 셈이다. 서울 동성고의 홍장학 교사는 "수험생의 인문적인 소양이 요구되는 문제라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국어 교과서에 실린 봉산탈춤에 관한 심도 있는 공부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성균관대='빈곤과 기아'를 주제로 한 문제가 나왔다. 빈곤 국가에 대한 국제적 지원 문제는 고1 교과과정의 윤리와 사회 교과서에서 다뤄 수험생들에게 친숙한 주제였다는 평이다. 서울 성남고 강호영 교사는 "지문 해석이 쉬웠던 만큼 개개인의 사고력을 중시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숙명여대=인문.자연계 논술이 다르게 출제됐다. 인문계는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십의 특성'을, 자연계는 '자연과학에 접근하는 바람직한 방법'을 물었다. 평이한 지문을 주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글을 쓰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서라벌고의 김성학 교사는 "예년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접근과 풀이가 모두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요소'를 물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고의 단계별로 문제를 셋으로 나눠 출제했다. 답안의 요구 분량이 문제당 400~600자로 짧은 것도 특징이다. 광주 풍암고의 이봉형 교사는 "제시문에 대한 독해 능력이 중시되는 유형"이라며 "형식에 맞춘 글쓰기 연습과 다양한 사회현상을 하나로 묶어내는 사고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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