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지역 땅 8자 선 하나에 왔다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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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관리지역(종전 준도시.준농림지) 내 땅 투자자에게 '관리지역 세분화' 비상령이 떨어졌다. 이 작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개발이 쉬운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될 것으로 기대됐던 땅도 개발이 어려운 생산.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몸값이 떨어지고 있다.

◆ 땅 성격 따라 가치 엇갈려=지난해 12월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세분화를 끝낸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입지가 좋아 가격이 비싼 땅이 개발이 어려운 생산.보전관리지역으로 묶이기도 했다. 경관이 뛰어난 하천 등의 보전지역으로 섬처럼 둘러싸인 3000평 미만의 대지.잡종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땅은 그동안 모텔.펜션 등의 부지로 인기가 높아 땅값도 비쌌다. 하지만 보전관리지역으로 묶이면 숙박시설 등의 건축을 하기 어려워 값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상수원보호구역이나 면적 30만㎢ 이상 농업용 저수지, 하천 등에서 가까운 농지나 임야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세분화 과정에서 이런 농지는 대부분 생산관리지역, 임야는 보전관리지역으로 분류됐다.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땅값 하락이 예상된다. 아파트 사업용으로 땅값이 비싼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 관리지역 임야나 농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분화 과정에서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4㎞ 이상 떨어진 곳은 생산.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 건축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개발지에서 3㎞ 이상 떨어진 곳도 마찬가지다.

반면 개발 예정지로 둘러싸인 3000평 미만의 소규모 땅은 관리지역 세분화의 최대 수혜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부분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 톱처럼 들쭉날쭉한 모양의 개발 예정지와 붙은 농지.임야도 투자를 고려해볼 만해졌다. 계획관리지역 지정은 정방형이나 장방형의 블록화가 원칙이라 이런 땅은 어부지리로 개발 예정지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계획관리지역에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 공장을 지을 수 있다. 생산관리지역은 아파트를 제외한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상가 등을 제외한 근린생활시설 등의 건축만 가능하다. 보전관리지역에서는 단독주택.음식점 등을 제외한 근린생활시설, 창고 등만 들어설 수 있다. 건폐율.용적률도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계획관리지역의 경우 각각 40%.100%, 생산.보전관리지역에선 각각 20%.80%다.

◆ 투자 유의점 없나=입지가 떨어지더라도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큰 곳을 고르는 게 좋다. 하지만 일반인은 관리지역 땅이 어느 지역으로 세분화할지 점치기가 어렵다.

따라서 주민 공람 등을 통해 관리지역 세분화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땅을 사는 게 안전하다. 계획관리지역 지정을 기대하고 매입한 땅이 생산.보전관리지역으로 묶여 낭패를 볼 수 있다.

주민 공람 등이 진행 중인 땅 주인은 분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의 신청 기간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때 지자체는 현장 조사를 통해 편입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 고양시의 재조정률은 전체 민원의 2~3%였다.

토지컨설팅업체인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지역 사정에 밝지 못한 부재 지주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며 "공람 기간을 이용해 도면을 면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태 기자

*** 땅 투자 체크 포인트

▶개발이 쉬운 계획관리 지역으로 기대되는 땅

-개발 예정지로 둘러싸인 3000평 미만의 땅

-경사도(대략 15도 미만)와 높이가 낮은 임야

-기존 개발지와 거리가 가까운(대략 1~2㎞ 이내) 땅

-고속도로IC 등 공공 편의시설에서 가까운 땅

-경지정리면적 비율이 낮은(대략 10% 미만) 논밭

-들쭉날쭉한 모양의 개발예정지와 붙은 땅

-취락지구

▶개발이 까다로운 생산.보전관리 지역으로 예상되는 땅

-보전 지역으로 둘러싸인 3000평 미만 땅

-국가 하천.지방 1급 하천변에서 500m 이내인 땅

-상수원보호구역에서 1㎞ 이내인 집수구역(물을 모아두는 곳)

-면적 30만㎢ 이상 농업용 저수지에서 500m 이내인 집수구역

-경지 정리가 잘된 지역과 가까운 논밭

-그린벨트 등 공적 규제 지역

-상습 침수 등 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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