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유방축소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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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주 외래진찰실에 두명의 환자가 공교롭게도 유방축소술을 한 뒤의 후유증으로 상담하러 왔다. 한 환자는 21세의 예쁜 아가씨였는데 우울하고 초조한 기색이 완연했다. 아가씨를 데리고 온 어머니 역시 침울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진찰실에 들어서자마자 문부터 좀 닫아달라고 했다. 사연인즉 2년전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유방축소수술을 받았는데 그 흉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 남녀공학인 고등학교때 지나치게 큰 유방 때문에 놀림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대학 입학 전에 수술을 받게 되었으며 적당한 크기의 아름다운 유방이 된다기에 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수술을 해도 흉터가 실처럼 가늘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수술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또 한명의 환자 34세의 주부였는데 결혼 직전에 유방이 너무 큰 것 같아 수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술 후 유두의 위치가 너무 왼쪽으로 올라가고 흉이 너무 커서 대중목욕탕에는 갈 생각도 못한다는 하소연이었다. 결혼생활도 원만치 못해 다시 수술하려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과다한 영양상태, 또는 생활습관의 서구화 등 원인으로 큰 유방을 가진 여성이 더러 있어 이를 줄여 달라며 성형외과를 찾는 일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방축소술이 과연 본인이 바라는 크기의 아름다운 유방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인지 알아보기로 하자.
필자는 다행히 오랫동안미국에서 수많은 유방축소술을 실제로 시술한 경험이 있어 우리나리에서의 유방축소술에 대해 느낀바가 많다.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수술 후의 흉이나 그 흉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문제 역시 나라마다, 사회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은 유방축소수술 후에 수영복을 입은 모습이나 브래지어를 착용치 않고도 의복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모양이 좋은지를 더 중요시하고 흉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의 사회에 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흉터를 중요시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은 서양 사람들보다 흉이 심하게 남는 단점도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방축소술을 시행할 때에는 필연적으로 유방 일부를 제거해야 하고 축소시킨 유방에 맞추어 아래로 처진 유두의 위치도 올려주어야 하므로 여러 방향의 큰 흉터가 남게 된다. 따라서 수술 후 흉터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의 관습상 대중목욕탕 등에서 지장이 있음은 물론이다.
결국 유방축소술은 미용성형으로는 그 가치가 없으며 무거운 유방으로 인해 신체장애를 느끼는 정도의 경우에만 수술을 받는 것이 옳다. 작고 아름다워지는 유방축소술이란 아직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하자. 【백세민<서울백병원 성형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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