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국대우 연장 논란/미,대중 정책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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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기업 중국시장 진출에 필요/부시/적자누적·인권문제 개선 안돼/의회
미국이 중국에 부여한 최혜국대우 지위가 다음달 3일로 만료됨에 따라 이의 연장여부를 놓고 부시 대통령과 미 의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7일 예일대 졸업식 연설에서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소외시키지 않고 중국내 민주적 변화를 추구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 지위를 연장해주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의회는 중국의 천안문 사태 등 인권문제와 미국과의 무역마찰 등을 거론하며 더이상 이 혜택을 연장할 수 없다는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미 상원의 미첼 민주당 원내총무는 이러한 미중 현안이 해결되지 않고는 최혜국 대우를 연장할 수 없다는 법안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 관련부서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실무적 검토도 끝나기 전인 이달초 급작스럽게 기자들에게 자신의 복안을 밝혀 행정부나 의회 양쪽을 당황케 한적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과거 74∼75년 중국대사로 봉직한 경험 때문에 스스로를 중국통으로 자처,중국과 관련된 정책은 백악관에 한두 참모만 두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는 중국이 인권이나 제3세계로 무기를 수출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그렇다고 중국을 고립시키기 보다는 국제사회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는 경제적 압력보다는 외교적인 수단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걸프전쟁 당시와 최근 쿠르드족 문제에 이르기까지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이 미국에 협조한 사실을 지적하며 『나는 한 나라로서 중국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자신의 판단이 옳음을 강조했다.
행정부의 관계자들도 부시의 이같은 판단을 지지하고 있다.
최혜국지위를 박탈한다고 해 중국의 태도가 변하지도 않을 것이며 최혜국대우라는 것은 호혜적인 것이어서 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데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박탈함으로써 중국의 기업가들과 개혁을 지향하는 세력을 위태롭게 하며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10억명이 넘는 시장을 포기토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미첼 민주당 원내총무는 정부가 중국에만 다른 잣대를 사용,특별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양국간 무역을 보면 지난해 중국은 미국에 1백52억달러를 수출한 반면 미국으로부터는 48억달러를 수입,미국으로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적자를 냈으며 적자폭이 금년에는 1백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수입장벽은 헐지 않고 계속 수출만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는 핵기술을 알제리에,다탄두미사일 기술을 시리아와 파키스탄에 공급하는 등 무기수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미 의회는 부시 대통령이 천안문 사태 이후 인권문제와 이러한 현안들을 해결키 위해 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파견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성과가 없으니 이제는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는 반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미첼 민주당 원내총무는 중국이 6개월내에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민주적 시위를 보장하며,미국의 특허권을 보호하고 시장을 개방치 않으면 최혜국 대우를 박탈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이 대통령의 비토를 꺾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의원 3분의 2의 지지가 필요하다.
공화당 의원들조차도 『정부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정도로 의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 80년 체결된 이 최혜국대우 조약이 어떻게 결판나느냐에 따라 미·중국관계는 또다른 차원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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