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이스라엘 '분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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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돈독한 관계를 과시해 오던 독일과 이스라엘 간에 싸늘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독일 유력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유대인은 범죄자 민족'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독일에서 제조된 분유를 먹은 이스라엘 유아들이 잇따라 사망.발병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주초 독일 제2의 유제품 제조업체인 후마나 밀히 우니온(HMU)의 분유제품인 '리메디아 수퍼 소야 1' 을 수주간 섭취한 유아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중병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2개월 간 이 분유를 먹은 유아들은 병원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독일 내 극우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모사드 등 국내외 첩보기관에 수사를 지시했다.

문제의 분유는 이스라엘 판매업체의 주문에 따라 HMU사가 유대인 교리에 맞게 특별히 주문제작한 제품이다. 포장재의 표시와는 달리 비타민 B1이 규정용량의 10%밖에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제품을 수개월 이상 먹은 유아들이 급성 비타민 부족으로 뇌와 심장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조사인 HMU 측은 이번 사건이 제조과정에서 용량 해석상의 오류가 발생해 일어났다고 실수를 인정했으나 비타민 결핍 때문에 유아가 사망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주장했다. 독일 검찰 당국은 식품위생법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HMU사의 제조.품질관리.연구 책임자를 각각 입건하면서 이번 사건을 단순사고로 마무리지었다.

한편 이 제품 탓에 자녀를 잃은 이스라엘 부모 2명은 텔아비브 법원에 현지 판매회사인 리메디아를 상대로 피해보상과 위자료로 각각 2억3천만달러(약 2천7백억원)와 2천6백만달러(약 3백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이 제품을 사용해온 5천여명의 다른 고객도 소송을 검토 중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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