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고 이룰때 삶의 참맛|사업가 방송MC변신 안지영 전 역도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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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 역도 중량급을 석권했던 역사 안지영(36)씨가 방송인 겸 사업가로 화려하게 변신,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구가하고 있다.
고려대 1년 때인 지난76년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안지영씨는 83년 현역에서 물러날 때 까지 아시아권 90, 1백㎏급을 주름잡으면서 78년 방콕·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2연패(금메달 6개)와 79년 동경·83년 뉴델리 아시아 선수권대회를 휩쓸었던 아시아 최고의 역사.
안씨는 현역시절에 아시아신기록 20여회, 한국최고기록은 무려 60여회나 수립하는 등 그야말로 독무대를 이루었던 기록제조기.
그런 안씨가 이제는 사업가로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며 경영능력을 과시하고 있고 지난3월부터는 새로 개국한 서울방송(SBS)의 스포츠프로「스포츠저널」(저녁6시5분∼7시)의 MC로서도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안씨가 험난한 사업의 세계로 뛰어든 것은 지난86년 봄.
83년 은퇴 후 현대건설의 국내영업본부에서 마키팅실무를 체득한 안씨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당찬 각오로 86년4월 상사인 유모차장과 함께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은 두 사람의 퇴직금 7천5백만원을 투입해 퇴계원에 지함(종이박스)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으나 별 재미를 못보고 적자만 낸채 8개월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2인 경영에서 오는 갈등과 경험부족이 문을 닫게된 원인.
『그러나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었습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흘린 땀이 얼마인데 쉽사리 좌절할 수 있겠습니까.』
안씨는 도전하고 성취하는데서 삶의 참 맛을 느꼈다며 이듬해 초 다시 사업체를 추스리고 고향인 수원근교의 땅도 조금 팔아서 4천만원으로 경기도하남시에 지함공장을 독자적으로 다시 차렸다.
회사이름은 정암수출포장.
현대건설 재직시 자신의 우직하지만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빗대 선배들이 붙여준 별명을 그대로 회사명으로 썼다.
그리고 역도·학교 선후배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직접 마키팅에 나섰다.
선수생활의 지명도가 실제사업에 크게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선수생활을 하며 체득한 인내 또한 어려울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지금은 사업도 크게 번창, 5명으로 시작했던 회사가 종업원만 30명 가까이로 늘었고 공장도 88년에는 경기도광주로 확장해 옮겼다. 지난90년6월에는 법인을 설립, 회사명을 ㈜정암으로 바꾸고 지난달에는 3억원을 들여 자동화라인 설비도 끝냈다.
87년 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목표는 20억원으로 늘려 잡고 있다.
주요납품업체는 현대전자·(주)백양·천지산업 등 굴지의 제조업체로 현재 국내1백여 동종업체 중 랭킹 30위권은 된다는게 안씨의 설명이다.
번창하는 사업에 재미를 붙이고 몰입하던 안씨는 지난3월초 SBS제작진 간부의 전화를 받고 무척 고민해야했다.
개국(3월20일)을 앞둔 SBS 스포츠전문프로의 진행을 맡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고 사업과 방송사이에서 크게 갈등을 겪은 것.
그러나 방송을 통해 스포츠인들의 입지를 부각시키고 사업에도 결코 손해볼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안씨는 SBS의 요구를 수용, 개국 이틀째부터 마이크를 잡고 MC로 데뷔했다.
『처음1주일은 긴장되고 떨려서 체중이 3㎏이나 빠졌어요(평소89㎏).』
「스포츠저널」은 그때그때 주요스포츠행사의 관련인물·선수를 취재하거나 스튜디오로 초청해 소개하는 국내라디오 유일의 스포츠전문프로.
그 동안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등 명사들이「초대석코너」에 초대됐고 역도후배 전병관(고려대) 김병찬(한체대)등 스포츠스타들이 수없이 방송에 출연했다.
『선수시절 취재를 당하기만 하다 취재를 해보니 어려운 점도 많지만 보람도 많이 느낍니다.』
스포츠인 출신으로 이 프로를 통해 최대한 국내스포츠를 활성화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힌 안씨는 사업이든, 방송이든 최대한 노력하면 결실을 볼 수 있다는 확신으로 임한다며 환하게 웃는다.
80년대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박진숙(32)씨와 결혼, 슬하에 성모(9) 성호(7)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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