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수요 전세 '뚝'…재건축 속속 '매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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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이 좋고 특목고 진학률 높기로 소문난 목동은 방학철이면 전셋집을 구하는 수요로 붐볐다. 그러나 올 겨울에는 전세를 찾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목동7단지 인근 중개업소)

해마다 방학 때만 되면 학군 수요로 들썩이던 서울 양천구 목동.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 일대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광역학군제 도입 추진으로 학군 선호현상이 예전만 못한데다, 정부의 1.11대책 여파로 매수세가 위축된 탓이다.

서울 주택시장 침체의 '전조등'이 여기 저기 켜지고 있다. 학군 수요가 집값을 견인한 목동 지역은 방학철이 무색할 만큼 전셋값이 약세고,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많은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 하락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대표적 지역인 목동의 전셋값 하락과 강남 재건축 단지의 호가 하향 조정은 시차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학군선호 전세지역 인기 '시들'

중개업소에 따르면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단지는 급매물이 나오면서 전셋값이 하락했다. 30평형 시세는 지난주 들어 2000만원 하락, 2억4000만 ̄2억6000만원으로 낮아졌다.

목동신시가지4단지 27평형도 지난달 전세 시세가 평균 2억3000만원선이었으나 최근 2억원에도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나왔다. 목동신시가지1단지 27평형의 경우 전년 겨울방학 중에는 전세가격이 3000만원 정도 올랐으나 올 겨울방학에는 500만원 오른 게 전부다.

목동 전셋값 약세는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광역학군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광역학군제가 도입되면 거주지에 상관없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학군을 이유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광역학군제가 시행되면 대치동이나 목동 등 우수학군 지역의 장점이 줄어든다"면서 "이를 인식한 수요자들의 전세 문의가 다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도 계약만료를 앞둔 아파트의 매물이 출시되면서 전셋값이 보합세다. 방배동 래미안타워 47평형은 1000만원 하락한 4억 ̄4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가을 전세수요의 상당수가 매매로 눈을 돌려 전세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도 전셋값 약세의 한 이유로 분석된다.

◇재건축시장 호가 하락..매물도 증가세

강남 재건축 매매시장은 매물이 늘고 시세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매도자들이 호가를 떨어뜨리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의 기대감에 매수 시기를 늦추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11.15대책 발표 전 13억5000만원이던 34평형이 최근 12억6000만 ̄12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단지내 매물도 6 ̄7건이던 것이 현재 15건으로 늘었지만 이달들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매수 희망자들이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매수 타이밍을 뒤로 미루고 있다"면서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여부가 변수지만 전체적으로 하락 기조세는 맞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 주공단지는 매매값이 하락하진 않았지만 집을 팔아달라는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고덕 주공 인근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집값 상승기에 매물을 회수했던 집주인들이 최근들어 집을 다시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초 지역도 급매물이 한두건씩 나오면서 호가가 수천만원 떨어졌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5차 33평형은 2500만원 하락해 9억 ̄9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잠원동 에덴공인 관계자는 "지난 11.15 대책과 대출 규제로 매수자들의 문의가 거의 없어 거래도 실종되다 시피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강남구는 한양1차, 구현대 등 압구정동 일대 노후단지들이 평균 3000만 ̄4000만원 가량 가격이 빠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가 없는 가운데 호가 하락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의 부동산 시장 쏠림 현상이 상존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공급확대가 단기간 내 실현되기 어려워 시장 불안은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최소한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2월말 ̄3월초까지 약세가 계속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1.11 대책은 주로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와 분양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안정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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