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못 미치는 전세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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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는 주택비용으로 평균 8571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또 집값이 문제다. 최근 탤런트 이찬-이민영 커플의 진실 공방이 인터넷 검색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파경으로 몰고 간 이유 중 하나가 ‘장모의 30억원 아파트 요구’라는 것이다. 이찬씨는 기자회견을 하며 이렇게 물었다. “나이 31세에 3억5000만원의 49평 전세가 작은 것인가?”

그의 이 같은 주장은 그러잖아도 집 문제로 고민하는 대다수 서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3억5000만원짜리 49평 전세 아파트는 일반 신혼부부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1월 20일 결혼을 앞둔 한 예비신랑은 이찬-이민영 파경 소식에 대해 “씁쓸하다. 수억원의 집 운운하는 것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폭력 문제를 제외하고는 신랑 측에서 주택 마련에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점에 동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은 첫 살림을 시작할 때 어떤 규모의 보금자리를 마련할까?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어림잡아 액수와 규모를 알 수 있는 통계는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사단법인 하이패밀리와 ㈜좋은만남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와 함께 신혼부부 305쌍을 조사한 결과, 신혼부부 한 쌍의 평균 결혼비용은 1억2944만원이다.

이 중 66.2%인 8571만원을 주택 마련 비용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8000만~9000만원 정도의 액수로는 전세 17~20평형대를 구할 수 있다.

스피드 뱅크의 조민이씨는 “요즘처럼 집값, 전셋값이 오른 상황에서 8000만~9000만원으로 다세대 외에 아파트 전세 구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은 노원구 지역이 싼 편이다. 강남권에도 싼 전세 아파트를 찾을 수 있지만 재건축아파트가 대부분인 탓에 아파트 자체 시설은 굉장히 노후하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결혼비용은 신랑 측이 신부 측보다 3배 정도 더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결혼비용 1억2944만원 중 신랑 측이 74.2%인 9609만원, 신부 측은 3335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랑이 주택 관련 비용(92.4%)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 마련에 있어 신랑은 신부의 12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준비하는 셈이다. ‘신랑이 집을 마련하면 살림살이는 신부가 채우는 것’이라는 결혼문화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들은 결혼 후 첫 집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2006년 미혼남녀 총 586명(남성 340명, 여성 246명)을 대상으로 결혼 정보회사 듀오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원하는 주택 형태’로는 ‘아파트’가 93.2%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신혼 주거지를 누가 장만해야 하는가’ 물었더니, 남성은 ‘남성이 대부분, 여성이 일부 부담한다’(60.6%), 여성의 경우 ‘남성이 전부 부담한다’(47.2%)가 1위로 나타났다. ‘양쪽 모두 똑같이 부담한다’는 응답은 남성은 17.6%, 여성은 5.7%를 차지해 남성과 여성의 의식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혼남녀들이 생각하는 평균 주택 예상 비용은 1억8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찬-이민영씨 폭행사건의 일부 원인이 된 전셋집 값 3억5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연예인들은 과연 얼마짜리 집에서 살아야 잘 산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임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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