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아소 운영시간 늘렸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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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에서도 이제 24시간 어린이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기혼 취업 여성의 증가와 핵가족화 현상이 가속되면서 일반 탁아소가 문을 닫는 시간(보통 오후6∼7시)이후에도 돌봐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의 숫자가 최근 크게 늘고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일한 24시간제 탁아소는 서울 신공덕동15에 위치한 사랑의 전화(회장 홍철호)부설 탁아원. 지난해 7월14일 문을 열어 이제 만10개월이 되었다.
이 탁아원에서 보모들의 보호를 받는 어린이는 젖먹이로부터 만5세까지의 총50명. 영아반(만2∼2세)10명. 유아반(3∼5세)40명인데 그중 20명이 이런저런 부모의 사정으로 밤늦게까지 또는 장기간 보모가 돌봐줘야 하는 어린이다.
지난달 탁아소에 들어온 김모 어린이(5·남)는 엄마가 가출한 후 품팔이하는 아버지를 따라 여인숙을 전전하다 일자리를 구해 광주로 간 아버지에 의해 맡겨진 케이스.
최모 어린이(4·남)는 노점상을 하는 부모를 따라다녔는데 오랜시간 햇볕아래 노출되어 있어 자주 쓰러지고 안색이 나빴다. 탁아소에 맡겨진 이후 그는 건강해졌다.
김모 어린이(2·여)는 아버지는 입대했고 어머니는 식당에 취업하여 탁아소에 맡겨졌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하는 어머니가 딸아이를 돌볼 수 없어 이곳에서 지내다 어머니의 휴일에만 함께 지낸다.
간호사로 하루 3교대근무를 하는 김모 어린이(2·남)의 엄마는 자신의 군무시간에 맞춰 아이를 맡기고 일이 끝나면 데려간다.
이 탁아원은 부모의 의료 등급에 따라 1개월에 무료부터 18개월까지의 탁아료를 받는다. 그러나 늘 대기자가 20∼30명도이고 그 중에는 지난해 11월부터 기다리는 어린이도 있는 것이다. 사랑의 탁아원 총무 김정화씨(25)의 얘기다.
이 탁아원에 수용되어 있는 어린이 50명중 약40%가 공장·가게·노점·회사 등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가진 경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경우는30%. 부모가 별거 또는 이혼중인 어린이는 약30%에 이른다.
『가정파탄 등의 이유로 편모·편부 밑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이가 늘어 장기탁아가 늘 뿐 아니라 엄마가 일을 가진 경우는 일을 끝내고 아이를 찾으러오면 기존의 탁아원 운영시간인 오후6∼7시가 훨씬 넘는 경우가 많아져 24시간 운영탁아소의 필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아쉬운대로 2∼3시간 문을 닫는 시간이라도 연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고 김씨는 말한다.
현재 보사부가 여성개발원 조사를 근거로. 추산한 탁아대상 아동수는 전국 82만명. 기혼취업여성의 0∼5세사이 자녀수1백51만명중 집안식구 등에 의한 양육이 가능한 아동 69만명을 제외한 숫자다.
보사부는 이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설탁아소 8천2백개, 가정탁아소 2만6천여개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현재 정부지원 탁아시설 보유현황은 전체의 약 3.8%에(농번기 농촌일시 탁아소 제외) 불과하다.
이 통계는 또한 취업여성에만 한정된 것으로 부모의 병·이혼·별거 등으로 방치된 아동의 숫자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밤10시·11시가 넘도록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야간탁아소는 전혀 관심 밖이어서 당사자들을 안타깝게 하고있다.<양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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