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돌린 운구 옳은 일인가/김기봉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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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명지대생 강경대군의 장례식이 서울시청앞 노제문제로 곡절을 겪고 있다.
강군사건 대책회의는 14일 경찰의 저지로 시청앞 노제가 무산되자 오후 10시 넘어 운구행렬을 당초 강군의 시신이 안치돼 있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돌렸다.
대책회의는 강군의 시신을 병원 영안실에 안치하려 했으나 『관례상 입관이 이뤄지면 다시 받지 않는다』는 병원영안실측의 거부로 차후 냉장차를 구해 안치키로 하고 일단 연세대 학생회관 1층로비에 안치했다.
대책회의측은 당초부터 『시청앞 노제를 반드시 치를 것이며 무산될 경우 운구행렬을 되돌려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힌 반면 정부측은 『시청앞 노제만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사태이기는 하나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착잡하다.
대책회의는 당초 장례식을 14일중 완결짓고 대책회의의 확대개편과 함께 장소도 명동성당으로 옮겨 대정부 투쟁을 계속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었다.
이같은 투쟁일정은 강군의 장례식을 무기한 지체시킬 경우 심정적 동조를 보여주던 국민들의 지지가 멀어져가고 그만큼 눈초리도 곱지않을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지만 막상 장례에 임해서는 이를 변경해버린 것이다.
물론 대책회의의 이러한 방침변경에는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전 전대통령과 노대통령의 사저로 통하는 홍남교에서 운구행렬을 가로막고 최루탄을 무차별 발사한 당국의 과잉대응에도 원인이 있다.
하지만 운구행렬이 연세대로 되돌아간 것은 대책회의가 보다 대국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한 결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운구행렬의 발길을 되돌린 「장례투쟁」은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에 비추어 많은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줄뿐이다.
투쟁을 하더라도 보다 많은 시민의 공감을 얻을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과연 없는 것인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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