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인간의 본성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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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의 본능인가' '빙하기가 다시 시작될까' '다음 전염병은…'. 뉴욕 타임스가 지난 11일 과학섹션인 사이언스 타임스의 창간 25주년을 맞아 '현대 과학의 최대 난제 25제'를 특집 기획으로 다뤘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린 특집 기사 일부를 정리했다.

◇과학은 만능인가=지난 세기 과학은 많은 것을 이루었다. 과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퇴치했으며, 성적 자유를 줬다. 하지만 과학이 오염.오존층 파괴.핵무기의 문제도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은 과학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엔 정부도 이전처럼 과학에 투자하지 않는다. 미국인의 30% 이상이 점성술을 믿고, 50%는 유령이나 기적을 믿는다. 점점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이용하지만 "도대체 과학이 무슨 소용인가"하는 회의도 널리 퍼지고 있다.

◇전쟁=미국의 전쟁 역사학자 빅토르 한슨은 "로마 제국이 지배했던 기원전 2세기를 빼곤 늘 어딘선가 전쟁이 있었다"고 말한다. 어떤 과학자들은 "인간과 유전자의 98%가 닮은 침팬지의 수컷들도 종종 무리 간에 치명적인 전쟁을 치른다"며 '전쟁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게임 이론가들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모든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약간일 뿐이라도 좀더 안정적으로 얻으려는 성향이 있다"며 "전쟁도 노예제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는 관습"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외계인=1950년 미국 로스 앨라모스 연구소에서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는 "은하계의 나이가 1백억년이므로 외계인들이 이미 우주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계인들이 빛의 1천분의 1 속도로 우주여행을 한다 해도 은하계를 횡단하는 데 1억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미 외계인이 지구까지 와 있지만 방해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거나 "우리가 우주의 인터넷인 은하계의 정보 창고에 접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분명한 건 '증거의 부재가 부재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진화="우리 부모가 그 순간 만나지 않았다면…"하고 질문해보면 자신이 얼마나 우연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고전적 진화론자들에 따르면 진화는 무작위적 선택 과정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세계는 완전히 다르게 진화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진화가 반복성을 띠기 때문에 시간을 역으로 돌려도 결과는 비슷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렌스키 박사는 12개의 병에 따로 배양한 박테리아가 3만세대가 지나자 하나같이 세포 크기는 늘렸지만 설탕 분해 능력은 상실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진화의 일관성'에 관한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증명하려면 "실험용 세계 1천개"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불로장생=독일의 생존.장수 연구소장인 바우펠 박사는 "고정된 수명은 없다"고 말한다. "1840년부터 지금까지 인류 수명은 계속 늘었고 어떤 국가에선 매해 평균 수명이 2.5년씩 늘어났다"며 "이런 경향이 중단될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50년쯤 후 몇몇 국가의 평균 수명은 1백살이 된다. 이처럼 약간씩 수명이 늘어나서 '영생'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역진화가 일어날 수 있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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