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G10으로 ⑦ 실버 취업자를 늘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노인들도 언제까지나 일하고 싶어한다.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 떳떳하게 살고 싶어서다.

김하겸(72.서울 관악구)씨는 관악시니어클럽에서 컴퓨터로 현수막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건강 때문에 8년을 쉬었다가 건강을 어느 정도 추스른 2003년 코엑스에서 열린 실버 취업박람회에 들렀다가 지금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일하면 건강에 좋고 생활도 활력을 찾는다"며 "무조건 하루 종일 일(전일직 근무)을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자신의 사정에 맞는 파트 타임 근무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김씨의 경우는 요행에 가깝다. 대부분 직장에는 나이가 많아지면 월급을 더 올려주는 연공시스템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고령자 고용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고령 근로자를 위한 임금피크제나 파트타임제 도입은 아직은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형편이다.

그가 실버 취업박람회를 찾아간 자리에서 바로 일감을 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그만의 기술'에 있었다. 김씨는 "오래전부터 구청 컴퓨터 강좌로 익힌 컴퓨터 사용 기술이 있어서 일자리 구하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노후에 어떤 일을 할지 미리 정하고 사전에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노인을 무척 부러워할 사람이 이승호(62.서울 송파구)씨다. 92년 중령으로 전역해 제지회사 관리직, 고속버스 회사 정비 관리사 등을 전전하다가 2003년에 정규직 일자리를 잃었다. 이씨도 고령자 취업박람회를 빠짐 없이 찾는다. 김씨가 일자리를 바로 구했던 코엑스 실버 취업박람회에도 갔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김씨 같은 일자리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어찌어찌해 기껏 일자리를 구해도 길어야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 "노후에야말로 확실한 자기만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그러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간절히 원하는 기술도 습득하고 일자리도 구하려는 이씨가 그 소원을 풀려면 서울이 아닌 도쿄에 살았어야 했다. 도쿄에 있는 '시고토(仕事.일) 센터'때문이다. 시고토 센터는 도쿄도가 1996년 700억 엔을 들여 설립한 취업 대책 센터다. 고령자(55세 이상) 취업을 목적으로 세워져 한동안은 시니어워크(Senior Work) 센터로 불렸다. 지상 25층 건물인 시고토 센터의 12층까지는 고령자 기술전문학교 등 고용 관련 기관이 빽빽이 입주해 있다. 적성검사.취업교육.구직지원까지 말 그대로 '원스톱 취업 서비스' 센터다. 구직자들에게 이력서를 어떻게 쓰는지, 면접은 어떻게 보는 게 좋은지 등을 가르치고, 업종별 협회와 손잡고 20여 개 직업 연수도 시킨다. 상담과 적성 검사를 통해 구직자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 준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일본 맨파워' 등 두 개 민간 업체는 시고토 센터의 위탁을 받아 전문직에 관한 취업 상담과 알선을 해 준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가 이대로 진행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2050년이면 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경고한다. "중고령자의 구인과 구직을 연결해 주고 창업을 지원해 주는 실버 워크네트(Silver Worknet)를 만들고 오프라인 교육과 병행할 것"을 주문한다.

김정수 경제연구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