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울분 낚시로 달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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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3월 농구대잔치 때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지 두 달이 지났다. 6개월 자격정지를 받았으므로 얼마 남지는 않았다.
처음엔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으나 이젠 모두 지난 일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비우고 있어 안정이 됐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충격이 너무 커 나 자신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이 피곤했었다.
숙소를 나와 논현동 집에서 지내다가 팀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코리언리그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는 동료들 보기도 민망스러워 모교인 중앙대 농구단 숙소에서 지내고있다.
팀이 경기 중이어서 관중석에라도 앉아 있을 생각이었지만 사고의 상대인 현대전자의 달식이형·성욱이형 등과 마주칠 때마다 쑥스럽고 어색해 경기장에 나가는 것도 포기하고 말았다.
속으로는 형들이 먼저『미안하게 됐다』고 한마디만 해주기 바랐는데…그냥 외면하고 지나가는 형들이 정말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모교선수들과 지내기로 했으며 특히 중앙대 체육관이 있는 안성에는 저수지가 많아 매일 좋아하는 낚시도 하고 오후엔 후배들과 어울려 운동하면서 지내고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꼭 1년에 한번씩 이런 일들을 겪는다는 게 이상스럽게 생각되기도 하고 코뼈는 삐뚤어져 있어 요새는 농구에 대한 회의감만 생긴다.
의사얘기로는 코뼈복원수술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데 겁이나 수술을 결심하지 못하고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의 경기스타일이 개인기 위주로 지나치게 화려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를 마크하는 상대방이 거칠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이런 점들에 대해 지적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지난해부터는 코트에 들어서기 전에는 항상「나보다도 동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플레이하려고 애썼으나 10여 년간 습관처럼 되어온 플레이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렇게 안성에 처박혀 있으니 마음은 안정되고 있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국민학교 소꿉친구 탤런트인 강문영과 나 사이에 마치 무슨 스캔들이라도 있는 것처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일이다.
강문영이야 연예인이라지만 나는 연예인도 아닌데 사생활을 왜 그렇게 들추어내려고 하는지 야속하기까지 하다.
단순한 친구관계를 마치 연인사이나 되는 것처럼 부풀려 추측보도를 해 나보다도 문영이가 처신하기 어렵다고 해 미안스럽다. 남들이 얘기하는「스타」라는 것이 이렇게도 부담이 큰 줄은 미처 몰랐다.
팝송제목인『9월이 오면』처럼 나도 9월이 와야 징계가 풀리고 코트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코트에 서더라도 특히 나를 아껴주던 수많은 학생 팬들의 눈빛이 달라지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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