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판화 한눈에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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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선조 중기이후 근대까지 4백여 년간 제작되어 온 옛 목판화를 한자리에 모은「조선시대 판화전」이 20∼25일 홍익대 박물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16세기에 제작된 목판화 『금강반야피라밀경 오가해변상도』로부터 조선조 말의『호랑이 부적』에 이르기까지 고 판화 1백3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 작들은 불교판화를 비롯해 행실도류의 유교적 교화용 판화와 지도·화보·편지지, 그리고 민화·부적 등 다양한 종류로 꾸며졌다.
또 감상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작품의 원판도 함께 전시된다.
우리나라 고판화가 이처럼 대거 한자리에 모아져 전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 동안 깊은 연구와 조명이 이뤄지지 못한 고 판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체계적 조명을 이끌어낼 좋은 기회로 평가된다.
전시 작들은 대부분 홍익대 박물관이 개인 소장 자들을 찾아내 출품한 것이다.
고 판화는 그 동안 전적류의 삽화용 판화를 중심으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출품작들을 보면 지도·편지지·장식용 민화류 등 대중미술문화로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채 성행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판화의 역사는 목판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매우 이른 시기부터 시작됐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판화는 고려 초기인 1007년에 제작된『타라니경변상도』로 중국 것에 비해 1백50년 가량 늦지만 고판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목판인쇄술은 세계에서 가장 이르다.
우리나라 판화는 고려시대 불교경전을 중심으로 정교하면서 격조 높은 양식을 이룩해 왔다.
조선조 시대에 들어서 판화는 국가에서 간행했던 수신서의 삽화를 비롯해 사대부들의 문집과 편지지, 서민들의 장식용 민화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양식에 있어서도 사실주의에서 표현주의에 이르는 다양한 조형세계를 보였다.
대체로 조선조 초기에는 고려시대의 전통을 이어 안정된 구도와 섬세한 묘사를 보이다가 중기에 이르러서는 힘차고 굵은 선과 대담·간결한 구도의 표현주의적 경향이 나타났다.
또 후기에는 단원 김홍도 등 거장들의 참여로 다시 회화적으로 승화된 사실적 양식이 성행됐다.
현대판화가 점차 폭 넓은 관심을 모아가고 있는 이때 전통판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조명은 현대판화 발전과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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