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불·일서는 어떻게 하나(새로운 시위문화: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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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화시위­경찰보호」 정착/공무방해 안되면 정부청사서도 가능/미국/공공도로 점거땐 사흘전에 신고해야/프랑스/가두선전차량 타고 시내중심가 돌아/일본
▷미국◁
미국만큼 데모하기가 쉬운 나라는 없을 것이다.
미 헌법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 일환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폭력시위가 아닌한 어떠한 내용의 데모든가능하며 정부는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워싱턴 경찰국에 흑백차별주의자들의 단체인 KKK단이 시위신청서를 냈다.
이들은 시대착오적이고 법으로도 용납안되는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기 위해 시위를 한다는 것이었으며 이들 시위가 흑인들의 반발 폭력사태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았는데도 이들이 적법절차에 따라 시위신고를 했기 때문에 경찰당국은 시위를 허가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시위당일 이들 27명을 보호하기 위해 무려 80만달러라는 경비까지 썼다.
시위장소도 특정구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방된 상태다.
백악관 뒤뜰격인 라파이에트광장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가능하며 심지어 정부청사 마당이나 로비 등 공무에 방해가 안되는 곳에서는 시위를 할 수 있다.
평화적인 합법시위는 철저하게 보장하나 시위가 법에 위반되거나 폭력사태로 번질 경우는 무자비하다고 할 정도로 진압한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프랑스◁
집단의 의사를 표출하는 한가지 방법으로서 시위는 프랑스의 경우 시민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몇가지 예만 보더라도 작년 10월 프랑스 전국의 수십만 고교생들이 교육환경개선을 요구하며 몇주째 대규모 시위를 벌인적이 있는가하면 그 몇달전에 있었던 인종차별 및 반유대주의 반대시위에는 미테랑 대통령으로부터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20여만명이 참가한 적도 있다.
허다한 시위가 특별한 사회문제로 제기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상 모든 시위는 원칙적으로 자유지만 공공도로를 점유할 경우에는 최소한 시위 3일전에 관할지방 자치단체에 신고토록 돼있다.
경찰이 실제로 하는 일은 시위당일 현장에 나가 교통을 통제하고,시위대열이 예정된 코스를 지나도록 유도함으로써 시위의 원활한 진행을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위가 과격해져 돌멩이나 화염병 등이 사용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경찰이 자극적인 진압방법을 최대한 자제,사태악화를 방지하고 있다.
작년의 고교생시위때 시위대의 돌팔매와 화염병·각목 등에 의해 경찰쪽에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당시 방패만을 든 프랑스경찰은 계속 저지선을 후퇴,끝까지 남은 과격시위대를 센강에 있는 한 다리까지 유도,최루가스로 해산시키는 수법을 썼다.<파리=배명복특파원>
▷일본◁
60년 안보투쟁,69년 동경대 야스다(안전) 강당점거사태를 거친 일본의 시위문화는 이제 하나의 정형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극좌게릴라파는 헬밋에 마스크를 한채 주로 야간을 이용,기습시위를 벌이며 천황즉위식이나 장례식 등 큰 행사에 때맞춰 자가제 로킷포탄을 쏘아대 일본경찰을 긴장시킨다.
이에 대조적으로 우익단체들은 대형트럭을 개조한 가선차(가두선전차)에 구호가 적힌 깃발이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내중심가를 누비면서 확성기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외친다.
이밖의 반공해·반원자력발전을 외치는 주민운동이나 재일한국인 동포들이 벌이는 외국인 권익옹호운동이 시위형태를 띠고 있으나 대개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시내를 한바퀴 돌 정도다.
몇년전만 해도 정치적 성격이 짙었던 노조·총평단체중심의 메이데이 행사가 이제는 공원에 모여 「임금인상·노동시간 단축」을 형식적으로 외치는 연례 페스티벌로 양태를 바꾸고 있어 일본경찰은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은 눈치다.
일본경찰은 헌법에 정해진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자세이나 불법집회나 정도가 지나친 과격게릴라활동,가두선전차량의 시위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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