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 교수들 한목소리/잇따른 시국선언 성격·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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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군 사건이후 2천6백여명 가담/비 민교협계 절반넘어 귀추주목
명지대생 강경대군 상해치사 사건과 대학생들의 분신자살로 전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선언문을 발표,시국에 변수가 되고 있다.
강군 사건이후 8일 현재까지 성명을 통해 시국에 대한 의사표시를 한 교수들은 60여개대학 2천6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6·29선언직전인 87년 4월부터 6월말까지 두달동안 시국선언을 한 48개대학 1천5백여명의 교수에 비해 1.5배이상 많은 숫자다.
더욱이 이번 시국선언이 지난달 30일부터 8일까지 불과 9일동안에 이루어진 것이고,지방대학에서 서울소재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 앞으로 시국선언 교수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일 서울대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던 「중심권」대학의 의사표시라는 점에서 서울소재 다른 대학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날 서울대교수의 선언은 그동안 시국선언을 주도해왔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명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파장을 달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국선언을 한 2천6백여명중 절반가량은 민교협소속 교수들 이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강군 치사사건이 있은지 이틀만인 지난달 30일 한신대교수 60여명과 경남대교수 40여명이 성명을 통해 「현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1일 전남대교수 7백14명과 대구·경북지역 민교협소속 2백여명이 시국선언을 했으며,2일에는 전국 40여개대 8백60여명이 성명을 발표했다.
또 3일이후 인하대·충남대·울산대·외국어대·서울대등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라 발표됐다.
평교수들의 움직임과 별도로 총·학장들의 의사표시도 계속돼 2일 서울지역 17개대학 총·학장들이 평화시위 보장 및 학생분신 자제촉구등 입장표명을 한데 이어 3일에는 전국 50여개 사립대총장들이 모임을 갖고 같은 입장을 밝혔으며 광주·전남지역 총·학장협의회도 7일 간담회를 갖고 『가시적이고 조속한 민주개혁』을 정부에 촉구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나타나듯 교수들의 이같은 선언은 시국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4·19전인 60년봄과 6·29선언직전인 87년 봄에 있었던 교수들의 시국성명발표가 대표적인 예.
강군 사건후 교수들의 움직임은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민교협을 중심으로한 교수들은 『이번 강군 치사사건과 대학생 분신자살이 현정권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 속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현정권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 교수들은 『정부의 강경시위진압과 민주화의지 부족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내각총사퇴 ▲공안통치종식 ▲반민주악법개폐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밖에 총·학장들은 현단계를 우려할만한 혼란상태로 파악,▲정부의 평화시위보장 ▲전투적 시위 및 진압방식 탈피 등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같은 교수들의 목소리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생들을 자극할뿐 시국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제기하고 있으나 어쨌든 정부·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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