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여당, 노조 '뒷북'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오죽하면 현대차에서 '환율보다 더 무서운 게 노조'라는 얘기까지 나오겠나."

8일 오전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김근태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3일 현대차 시무식에서 발생한 노조 폭력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 시무식 폭력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도 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당 전략기획위원장도 "현대차 노조는 과거 한국 노조의 희망이었지만 이젠 집단이기주의의 대명사"라며 "노조의 요구에 정당성이 있더라도 방법이 틀리면 정당성은 사라진다. 국민과 소비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으로선 어렵게 꺼낸 대기업 노조에 대한 '쓴소리'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사태가 발생한 지 5일 뒤에야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불법 당시는 입도 벙긋 않다가 여론이 들끓자 비판에 가세하는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현대차 사태 다음 날인 4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서민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통인데 대기업 노조가 불법 폭력행위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생일 축하를 위해 5일 자택을 찾은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정치인이건 노동조합이건 기업이건 국민의 뜻을 보고 해야 한다. 노조도 국민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도 차가웠다. 국민과 네티즌, 시민단체의 비판뿐만 아니라 현대차 노조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5일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는 통합신당파 간의 갈등이 주된 의제였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을 '좌파'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김 의장은 "수구냉전 세력에 동조하려면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반격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전 의장이 수출 3000억 달러 달성을 화제로 올렸지만 누구 하나 대한민국 수출의 주력기업인 현대차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당 진로를 두고 사분오열하고 있다. 이념적 갈등까지 겹쳤다. 그러면서도 각 계파가 내거는 구호는 같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당을 건설하자"다. 그렇다면 노조의 불법 폭력에 대해선 이념과 정체성을 떠나 당당히 '노(No)'라고 말하는 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 아닐까.

이가영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