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집단폭행 동영상, 폭력불감증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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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리의 남학생 집단이 다른 여섯명의 학생들을 집단 폭행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영상 속에는 20여명의 학생이 등장한다. 체육복을 입고 있는 여섯명의 학생은 온몸에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 쓴 채 다른 열대여섯명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다.

다른 학생들은 여섯명의 학생들을 무릎 꿇게 한 후 손에 든 막대를 이용해 마구 폭행한다. 또 분말 소화기를 분사하는가 하면 교가를 부르게 하고 발로 차기도 한다.동영상의 총 길이는 3분 50여초이며 누가 언제 찍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처음 이 동영상이 올려져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회원 탈퇴로 폐쇄된 상태다.

◇폭력 불감증 심각=인터넷에 동영상이 퍼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특히 동영상에 녹음된 학생들의 웃음소리나 "졸업 축하해"라는 말소리로 보아 이 동영상이 일방적인 폭행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네티즌들은 "동영상은 졸업을 맞아 치러지는 일명 '졸업빵'인 듯 보인다"며 "학생들을 때리는 막대도 종이를 말아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을 축하하는 행사를 하면서 장난으로 동영상을 촬영한 것 같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졸업을 축하하는 의식 치고는 지나친 수준의 폭력이라는 것이 대부분 네티즌의 의견이다. 네티즌은 "소화기를 분사하거나 발로 차고 욕설을 하는 등 폭력의 수준이 심각하다"며 "이런 폭력을 축하나 장난으로 생각하는 것도 우리 학생들의 폭력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졸업빵'은 변종 폭력 =서울아산병원 유한익 교수(소아 청소년 정신과)는 "폭력은 장난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객기(客氣)"라며 "'졸업빵'은 위치의 변화를 상징하는 의식일 뿐 좋지 않은 악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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