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시비… 매각설에 자극/원진노조 파업 돌입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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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임금인상 협상 계속 난항/사 강경자세… 장기화 조짐
직업병 집단발병으로 말썽이 됐던 (주)원진레이온이 임금인상·직업병 판정·매각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의 이견으로 파업에 돌입,어려움을 겪고 있다.
3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노조측은 이날 오후 회사측에 12차 임금교섭을 갖자고 요구하는 등 협상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나 회사는 『매각 등의 문제는 능력밖의 요구사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조측은 당초 임금 29.2% 인상과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회사측과 11차례의 교섭을 가졌으나 결렬돼 지난달 22일 노동부 의정부 지방사무소에 쟁의발생신고를 냈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전·현직근로자 6명이 새로 이황화탄소 중독자로 판명돼 파문을 일으키자 노조측은 직업병예방 근본대책 등을 앞세운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특히 노동부 특별점검반이 활동에 들어간 지난달 26일 방사과 근로자 4백여명이 『노동부의 작업환경측정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며 작업을 거부하면서 노조측의 입장은 한층 강경해졌다.
근로자들은 그동안 노동부의 작업환경측정이 오히려 작업장의 심각한 오염실태를 은폐시켜 회사측에 「면죄부」를 발급해왔다는 주장이다.
이와 동시에 유포된 원진레이온 매각설은 노조측을 더욱 자극시켜 노조는 매각계획 공개·고용 및 생계보장 등 생존권차원의 요구사항을 협상안에 추가시켰다.
노조측은 『노동부가 작업환경을 측정,유해기준치가 넘는다며 회사의 조업을 중단시킨뒤 회사매각→이전→감원의 수순을 밟으려 한다』며 매각문제 해결을 최우선목표로 정했다.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노사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노조측은 현재 근로자의 부양가족수가 평균 2.8명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 노총의 생계비는 월 64만2천원으로 산출되고 있으나 자신들이 받는 실질임금은 월 48만3천원에 불과하다며 29.2%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적자가 누적된데다 현재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7%로 매우 높아 5%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 김봉환씨의 직업병 판정 및 보상문제와 관련해서도 노조측은 즉각 조처를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노동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회사측은 노조가 임금문제 아닌 다른 요구사항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는 이유로 파업의 불법성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노조측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직장폐쇄문제 등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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