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친노·반노 싸움에 노선 갈등 뒤엉켜 사분오열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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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전·현직 지도부가 7일 서울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길 원내대표, 정동영 전 의장, 정세균 전 산자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김근태 의장, 김혁규 의원.[사진= 김형수 기자]

정동영.김근태 전.현 의장을 포함한 열린우리당의 중진 7명이 7일 낮에 만났다. 문희상.김한길.천정배.정세균.김혁규 의원 등이 나왔다. 염동연 의원의 선도 탈당 공언 등으로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마련된 자리였지만 뾰족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2시간30분에 걸친 회동 끝에 참석자들은 '대통합 신당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만 두루뭉술하게 되풀이한 채 헤어졌다. 당의 균열은 커져 가고 있지만 이를 수습할 '사령탑'은 보이지 않는다.

◆"신당 여러개 생길 수도"=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당내 갈등은 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 사이에서 불거졌다. 한마디로 '노무현 당'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쪽과 이를 던져버리려는 쪽의 대립이었다. 그런데 새해 들어 대립구도가 더욱 복잡해졌다.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 의장의 대립이 대표적 사례다. 두 사람은 통합신당 추진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와 대북 포용정책등을 놓고 상대를 '좌파 정책' '수구세력'이라고 공격하며 격돌했다. 김 의장은 통합신당을 주장하지만 정책 노선은 오히려 당 사수파 쪽과 가깝다.

천정배 의원의 행보도 비슷하다. 부동산.대북정책 등에서 개혁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반노 통합신당파들과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반면 친노파로 분류되는 김혁규 의원의 정책 노선은 중도.실용에 가깝다. 우호세력인 의정연의 정책노선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런 보혁(保革) 논쟁이 얽히고 설키면서 "당이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신당이 여러 개 생길 수도 있을 것"(신기남 의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염 의원과 절친한 이계안 의원 측은 "염 의원과의 동반 탈당은 아니지만 당내 논의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당 정체성 강화하는 통합신당?=당초 통합신당은 열린우리당의 기존 정책 노선보다 다소 오른쪽(실용.보수)으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됐다. "신당은 실용파가 중심에 서고, 지금껏 당을 주도해 온 개혁파는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김성곤 의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칙 있는 대통합'이란 명분에 밀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우리 당 지지세력의 이탈을 막고 당 밖 진보진영의 '새 피'를 수혈하려면 개혁적 신당으로 가야 한다"(최재천 의원) 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안영근 의원 등 '친 고건 세력'과 상당수 비례대표 의원 등 중도 우파 세력들은 "그 방향은 당이 또다시 망하는 길"이라고 반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다 함께 가자' 다짐하지만=7인 중진회동에선 염동연 의원의 탈당 공언이 연쇄 탈당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우상호 대변인은 "지도급 인사들이 염 의원 탈당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중진들은 "적 앞에서 아군끼리 총질하는 한심한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문희상 의원), "이념 스펙트럼이 한나라당보다 넓지 않아 다 함께 갈 수 있다"(정세균 의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밝지 않았다.

글=김정욱·김성탁 기자<jwki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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