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차도 건설 서둘러야|노삼규<광운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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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의 교통 체증은 도시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더불어 차량소유의 급격한 상승과 함께 도시기능의 마비현상을 빚고 있다.
서울의 차량 증가추세는 현재 1백20만대에서 2001년에는 2백70만대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은 낮은 도로 율을 감안할 때 주행속도는 현재의 시속 17km에서 7km정도로 반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교통난 해소를 위한 방안은 대중교통 수단·자동차도로 확충 두 가지여야 함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의 자동차문화가 시작된 지 불과 5∼10년밖에 안 되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자동차에 대한 애착과 소유욕올 무작정 억제할 수만은 없다. 더욱이 지하철 건설은 그 비용 면이나 건설속도가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상도로 건설은 용지 보상비가 도심지에서는 평당 4천만∼5천만원에 이르는 등 지가상승을 감당해 나갈 수 없다.
서울의 경우 고가도로에 의한 괴물 화를 초래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안보상의 관점에서도 고가도로 건설은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하차도 건설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질 경우 대도시 교통난 해결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서울시의 지하차도 건설계획은 일부에서 지적한 것처럼 결코 때 이른 발상이라고 볼 수 없다.
지하차도 건설 장점으로는 첫째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지상도로망과 입체적으로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도로 활용을 2중화하는 효과가 있어 지상구조물의 변경 없이 도로 율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지상도로보다 훨씬 값싼 보상으로 용지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도로 건설비가 지상도로보다 고가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싼값으로 건설할 수 있다.
셋째 건설과정에서 소음이나 교통장애를 덜 일으키면서 건설할 수 있다. 넷째 후일 차량 운행 때 도시 소음을 반감시킴은 물론 논스톱으로 운행할 수 있어 교통소통이나 쾌적한 도시생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이다.
그러나 도시 지하차도 건설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첫째 차량가스 배출로 인한 환기문제고, 둘째 지하차도가 도심 권을 관통함으로써 출입구 주변의 병목현상으로 인한 교통혼잡이나 정체를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수단의 도심통과 억제, 순환도로망 확보 등 도심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기본적 골격과 상호 보완의 역할을 전제로 한 구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지하차도나 주차장은 도심 고층빌딩 과밀지역에 현존하는 지하도로·지하철 시설들과 함께 연계되어 지하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계획 일부로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경제성, 시공 성, 지형여건 및 지상의 기존 활용형태 등을 고려한 타당성 조사에 따라 터널형·반 지하 복개공법 등 이 선택되어야 하며 추돌 사고로 인한 화재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시설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울시의 지하차도 건설계획 발표는 본격적인 지하교통시대 서막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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