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투신… 전국서 격렬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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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군 치사」규탄 84개대 5만 참가/곳곳서 충돌 양측 82명 부상/노동절 겹쳐 긴장 계속될듯
명지대생 강경대군 상해치사사건 규탄대회가 열린 29일 전국 17개도시 84개대에서 5만6천여명(경찰추산)이 집회에 참여,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시위로 서울·제주·수원 등에서 11명의 학생과 71명의 경찰이 부상했으며 전남대생 박승희양(20·식품영양학과2)이 분신자살을 기도,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이날 시위와 관련,1백21명을 연행해 96명을 귀가시키고 25명은 계속 조사중이다.
한편 재야노동단체들이 원진공해사건·강군사건 등과 연계해 5월1일 노동절을 계기로 대규모 집회 및 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경찰이 이에 강력 대응할 방침이어서 시국비상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서울에서는 이날 오후 6시30분 연세대에서 4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강군 폭력살인규탄 국민대회가 1시간30분동안 열렸다.
이날 집회는 문익환 목사의 대회사,유가족 소개,고은시인의 추모시 낭독,결의문 채택 등 순서로 진행됐으며 강군의 아버지 강민조씨는 『아들의 죽음을 통해 참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며 『독재정치를 뿌리뽑는데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서울시청앞까지 가두행진을 하려 했으나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저지,서울역·남대문시장 등 곳곳에서 밤늦게까지 산발적으로 숨바꼭질 시위를 벌였고 그중 1천여명은 연세대에서 철야농성했다.
이날 오후 9시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쏜 최루탄이 세브란스병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터지는 바람에 입원환자들이 대피소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이대생 김수정양(20·중문2)이 최루탄을 피하려다 4m쯤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또 이날 오후 4시쯤 경기도 용인군 기흥읍 서천리 경희대 수원캠퍼스 정문앞에서 강군 추모집회와 함께 시위를 벌이던 이 학교 박병희군(21·산업공학과2)이 돌에 맞아 오른쪽 눈을 크게 다쳐 수원 동수원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안경이 깨지면서 각막이 찢어져 실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날 오후 8시50분쯤 제주시 서광로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던 제주대 자연과학대 학생회장 고규형(23·화학4)·전자공학과 2년 김평국(21)군 등 2명이 시위경찰에 쫓겨 3층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다 허리를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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