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중국·일본 무서운 질주 … 한국은 안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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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시아의 세기

카를 니니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366쪽, 1만6500원

경이로운 성장률을 이어가는 중국과 전후 최장의 경기확장기를 맞은 일본.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된다면 그 주역은 역시 중국과 일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스스로 '동북아 중심국가'로 자부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냉정하다. 독일 출신의 아시아 전문가인 저자는 중국에 높은 점수를 준다. 중국이 21세기 초강대국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나아가 저자는 강대국끼리 서로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중국의 군사력이 빨리 미국에 맞먹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니더라도 주변국을 위협하기보다는 조화를 중시하는 '수동적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유럽인이기에 가능한 주장이기도 하다.

너무 두툼하지도, 얇지도 않은 책이지만 중국과 일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치.경제.문화.역사적 맥락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현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경제 현상의 뿌리를 파헤치기 위해 유교 문화를 비롯해 내전과 문화혁명을 요점 정리하듯 훑어준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바쿠후시대에서 메이지유신과 군국주의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일본의 사상적 저류와 경제구조의 밑바탕을 한 눈에 보여준다.

지은이는 책의 대부분을 중국과 일본에 할애한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제목을 '아시아의 세기'라고 한 것은 중국과 일본을 빼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선 볼 게 없다는 뜻일까. 군데군데 번역이 다소 어색한 게 흠이다. 경제현상에 관한 설명들이 특히 그렇다. 원저가 2004년 말 탈고됐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할 부분도 더러 있다. 예컨대 2년 전 사망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를 두고 '아직 가택구금 중'이라고 하는 등의 대목은 각주를 달아줘야 혼란이 없겠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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