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철 악재” 정가도 긴장/시위대학생 사망사건 회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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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정,문책 서둘러 조기진화 고심/야,일제히 “제2 이한열사건” 규탄
시위 명지대생 구타 치사사건으로 정가에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여야와 정부측은 대책수립에 부산,앞으로의 파장이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권과 일반 행정 제분야에서 안정을 찾아가던중 원진파동에 이어 강경대군 사망사건이 터지자 이로 인해 상황이 반전될까봐 여야·학원 등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밤새 대책을 숙의하는 등 긴장감이 팽팽하게 전해지는 분위기.
정부 관계자들은 강군 치사소식이 접수된 직후 고위층에게 즉각 사건개요를 보고하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는데 이미 다 드러난 사건인 만큼 조속히 사인을 규명,경찰에 문제가 있으면 솔직히 밝힐 것은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은 물어 신속하게 수습하는 것이 사태의 확대·악화를 막는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책수립에 착수.
청와대측은 내무부등과 긴밀히 연락,상황을 파악하고 문책선등을 논의. 정부 관계자는 『경찰의 과잉진압 부분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화염병과 돌세례를 받은 같은 또래의 전경들이 흥분,대학생들로부터 뺏은 쇠파이프를 휘두른 것에는 우발적인 측면도 없지않다』고 우발성을 굳이 강조.
정부는 그러나 대학가 중간시험이 끝나고 5월의 데모시즌을 앞두고 터진데다가 원진파동과 맞물려 학원·노동계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을 우려,진상결과 발표와 문책인사를 빨리 매듭지을 방침인데 운동권이 이를 호재로 하여 사태를 계속 악화시키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고 방책을 걱정.
특히 6월로 다가온 광역의회선거까지 사태가 이어질 경우에는 선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27일 자연보호운동에 나서는 대통령을 수행하게 돼 있는 안응모 내무장관을 국회에 출석시켜 사과와 수습을 하게 하는 한편 민자당등을 통해서 정당쪽에서 자제하는 방안을 협의토록 조처.
○…민자당은 이 사건 발생소식이 전해지자 27일 새벽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이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과 당3역에게 긴급대책회의 소집을 통보하는 등 곤혹스런 표정속에 대책마련에 부심.
이날 회의에서는 안응모 내무장관으로부터 사건발생 경위와 경찰의 자체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사건의 조기수습을 위한 대책을 논의. 책임자 문책수준에 대해서는 정부측이 현장 지휘자인 경찰서장과 중대장·소대장을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측에선 최소한 서울시경국장이나 내무장관이 문책되지 않으면 사건의 조기수습이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을 개진했다는 후문.
이 때문에 김영삼 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후 문책수준을 묻는 보도진들의 질문에 대해 『지금은 국민에게 엎드려 사과하는 것이 급선무이지 국민들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길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고 박희태 대변인도 『어느선까지 문책되어야 하느냐는 점은 아직 생각치 못하고 있다』고 말해 문책수준을 놓고 당정간에 이견이 있음을 반증.
○…야당측은 강군 사망사건이 터지자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고 내각사퇴를 요구하는등 공세.
김대중 신민당총재는 26일 밤 서교동성당 교우모임을 하던중 「강군 사망사건」을 전해듣고 대변인을 전화로 찾아 규탄성명을 내게하는 한편 일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회를 27일 아침 소집케하는 등 기민한 대응.
김 신민총재는 당사에서 20여분간 최고위원회의를 간단히 주재한뒤 국회 총재실에서 강군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노재봉내각이후 자행된 노태우 정권의 공안탄압통치가 빚은 필연적 결과』라며 『노정권이 이토록 인명을 경시하고 공권력이 무도할 수 있는가』며 개탄.
그는 『경찰의 무한 폭력과 총기사용을 독려한 안응모 내무장관은 이 사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특히 『안장관은 형사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
김 신민총재는 그러나 이 사건이 정치권의 무능력과 「거리정치」의 부활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하겠다는 태도.
그는 이 사건이 87년 이한열사건→6·10항쟁으로 이어지는 정황과 비교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사건은 「고의적 살인준비행위」로 다소 우발적인 87년 사건보다 더 악한 성격』이라고 전제,『그러나 정황은 그때와 같은 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어 뚜렷한 판단은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김총재와 강군 사망대책위원들은 김총재의 기자회견이 끝난뒤 세브란스병원 빈소를 찾았으며 이날 사회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게 돼있는 손주항·최훈 의원에게 최고의 강도로 규탄내용을 추가 삽입토록 지시.
한편 민주당도 이기택 총재등 당지도부가 병원 영안실을 찾은뒤 긴급총재단 회의를 열어 이부영 부총재를 위원장으로 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장석화 대변인은 『제2의 이한열사건』『6공 살인정권』 등 극도의 표현으로 노정권을 비난했다.<김현일·문일현·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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