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 찬은 TV 방영 "불발"|칸 영화제 그랑프리『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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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방송위도 "문제소지">
82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터키 영화『욜』의 TV 방영을 놓고 MBC-TV는 갈팡질팡하다가 방영을 철회키로 하고 방송위원회는『그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이 없다』고 나서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MBC-TV는 당초 27일부터 칸 영화제 수상작 시리즈를 특집으로 방송키로 하고『택시드라이버』『에덴의 동쪽』등과 함께『욜』을 방송위 영화심의위에 심의 신청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23일 돌연 이를 철회.
영화심의위(위원장 호현찬)는 지난19일『욜』을 심의하면서 몇몇 자극적인 장면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23일 다시 심의키로 했었다. 이를 두고 MBC 실무자들은 영화 심의위가 구태의연한 정치적 탄압소재 기피증 때문에 극장에서도 상영됐고 비디오로도 한창 나도는 이 작품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문제장면 삭제 후 재심의>
한편 MBC고위 간부들은 최근 대하드라마『땅』의 방송 중지 등을 놓고 떠들썩하게 된 가문데『욜』이 또다시 심의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키게 될 것을 우려, 특집시리즈 기획이 어그러짐에도 불구하고 심의신청을 철회키로 결론.
MBC 고흥칠 편성국장은 이에 대해『TV방송될 영화는 심의 전에 방송사에서도 한번 걸르는 것이 상례』라며『욜』의 경우 시일에 쫓겨 깊이 검토하지 못해 추후에 자극적인 장면을 삭제한 후 다시 심의 신청키로 하고 이번 방송계획에서 취소했다고 설명.

<"구시대적 의식의 발상">
그러나 MBC영화관계 실무자들은『욜』이 전체적으로 보아서 방송해도 좋은 수작인데도 영화심의위와 MBC 고위층이 구시대적인 의식에서 방송을 막게 했다며 비난. 특히『한 두 군데 문제가 되는 장면이 있다면 부분적인 삭제로「조건부 방영 가」를 결정할 수 있는데도 불구 ,전체 작품을 방송치 않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로 영화내용을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이에 대해 방송위는『MBC측에서 도로 가져갔을 뿐 우리의 뜻은 전혀 없었다』며 공연히 오해를 산다는 불쾌감까지 드러내고 있다.

<군 통치하 정치범 이야기>
『욜』은 79년 이후 터키군부 통치 상황에서 복역 중에 특별 휴가를 얻은 정치범들의 여러 사연을 엮은 내용.
이 영화의 감독인 일마즈귀니도 감옥 안에서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실무자 면회를 통해 복역하면서 제작을 지휘한 특이한 작품으로 더욱 유명하다.
영화내용 중 ▲사창가 모습 ▲어린이의 흡연 ▲복역하던 남편이 바람난 부인을 죽게 하는 장면 등 이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전체 내용과 크게 결부되지 않게 미미한 내용이고 오히려 압제받는 터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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