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나온 「3김 역할론」/박보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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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총재간의 23일 청와대 단독요담에서 거론된 내용중 정치권에서 음미하고 따져보고 있는 것이 소위 「3김 역할론」이다.
이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세김씨는 물러가라는 국민의 소리를 많이 듣지만 지난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이들에게 역할을 맡겼기 때문에 역할을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일』이라고 했다.
3김 역할론은 금년초 세대교체론이 민자당에서 표면에 부상했을때 「인위적 세대교체 불가」를 지적하면서도 꺼낸 얘기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그의 발언을 곰곰이 새겨보면 유의할만한 함축이 느껴진다. 3김씨가 나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공동의 정치운신이 가능한 내각제라는 틀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통령제로 노대통령의 후계자를 뽑는다면 3김씨중 어느하나,또는 3김씨를 대체하는 인물이 대권을 잡게되고 나머지 탈락한 「김씨들」은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3김역할론」이 김씨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공동역할론이라고 해석해보면 김총재가 내각제로 돌아서 주길 바라는 설득논리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할론」이 시대의 흐름과 맞는지는 알 수 없다. 노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이 3김씨에게 맡겼다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고 지난 3년간의 정치가 불신과 파행의 연속이었던 주책임이 3김씨에게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1노3김시대의 청산을 요구하는 세대교체론이 있는가하면 인위적인 교체는 있을 수 없다는 순리론도 있기 때문이다.
3김역할론이라는 것이 정치의 새모습,선진화와 연결되는 시각에서 제기되고 3김의 그와 상응한 노력으로 뒷받침돼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3김 역할론이 단순히 3김 보신론으로 변색되고 그 맥락에서 내각제개헌과 연계된다면 누구도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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