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성폭행 당해도 신고도 못해" 밤이 무서운 여성 노숙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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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숙을 경험했던 40대 A씨(여)는 그 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몸서리를 치곤한다. 밤만 되면 일어나는 끔찍한 악몽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자고 있으면 남자 노숙자나 술취한 사람들이 와서 발로 차고 일어나 같이 가자고 하고…. 많이 맞았죠 이가 다 상했으니까. 그래서 밤에 잠을 못 자요 낮에 공원 같은데 쓰러져서 자죠."

남성 노숙자에 비해 환경 제약이 많은 여성 노숙자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겹다. 특히 여성 노숙자는 성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다. 일부 여성 노숙자는 남성 노숙자나 취객에게 유린당하고 있다.

열린여성센터 김진미 소장에 따르면 현재 서울역과 영등포역 주변 노숙자 중 여성은 30 ̄50명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쉼터나 기타 기관에 거주하는 여성까지 합치면 300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역.영등포역.여성노숙인 쉼터인 열린여성센터 등에서 만난 여성 노숙자들은 폭행이나 성추행 경험을 한두차례 경험했다.하지만 피해 여성은 대부분 보복이 두려운 데다, 갈 곳도 없어 신고를 꺼리고 있다. 남대문경찰서 폭력팀은 "성폭행이나 폭행 등을 당하는 여성 노숙자가 있어도 대부분이 신고를 하지 않고 막상 피해자 진술을 받으려 하면 입을 다무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김진미 소장은 "무기력한 상태에서 거리에 나오기 때문에 문제 해결 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여기에 여성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한 몫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에는 108곳의 노숙인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중 여성 전용은 10곳에 불과하고 서울엔 3곳 뿐이다. 애처로운 것은 정신장애 여성 노숙인이 몸을 의탁할 수 있는 곳은 단 한군데에 불과하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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